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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공부하는 토론게임 (대립토론)

대립토론에서는 "경청으로 나의 주장을 명확하게 하는 것"에 주목한다

대립토론에서는

"경청으로 나의 주장을 명확하게 하는 것"에 주목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듣기를 통해 언어를 습득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주위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아기가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은 상관하지 않고 알아듣는 것처럼 끊임없이 말을 해댄다. 아기는 얼마 동안 끊임없이 가족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다가 어느 날 의미 없는 외마디 ”,“맘맘등과 같은 소리를 낸다. 그리고 계속해서 주위의 어른들은 아기에게 말을 해준다. 그야말로 아기와 언어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일방적인 이야기는 계속된다.

어느 날 갑자기 외마디 단음의 단어 하나를 말한다. 그러면 어른들은 기뻐서 더 말을 해준다. 이런 과정의 연속 속에서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인다. 이것이 아기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초기의 과정이다. 아마 초기 과정이라기보다는 그저 그렇게 해왔다. 언어학자들은 우리말이건 외국어건 언어교육도 이와 같은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항아리에 물을 부을 때 처음에는 물이 얼마나 찼는지도 모르다가 항아리에 물이 가득 차고 나면 나중에는 물이 넘치는 것처럼 언어의 습득도 이와 같은 이치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귀는 두 개고 입은 하나다. 이것은 말하는 것보다 두 배로 들으라는 뜻이기도 하다. 보통 상담을 할 때 상대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해결책을 주는 것보다 상대방의 고민을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고민을 해결한다. 이 이야기는 듣기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때때로 듣기가 중심이 되는 우리의 생활이 아닌가? 남의 말의 경청이 요구되는 사회에 살지만 과연 남의 말에 경청하고 있는가? 모두가 자기의 목소리가 더 커야 하고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현대인에게 대립토론은 경청하는 말하기 생활 방식을 배울 수 있는 한 방법이다. 경청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대립토론에서는 남의 말을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공격당해 패배한다. 대립토론에 열중하면 경청하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누가 더 말을 잘하는가, 누가 더 많은 말을 하는가로 영향력이 판가름되는 듯 보인다. 이는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양보가 아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그의 지식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보면 현대인에게 대립토론에 열중해야 하는 당위성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언어의 생활방식을 익히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 토론교실에 나오는 4학년 남학생이 있었다. 토론교실 첫날은 대개 대립토론에 대한 안내와 방법의 설명으로 시간을 할애한다. 그날도 첫날이라 대립토론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키가 작은 학생이 맨 앞자리에 앉아서 학습장에 메모하며 경청하고 있는 것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이 학생이 일 년 지나 대립토론의 안건을 해결하기 위한 자료를 찾아서 주장하는 발표안을 작성했는데 아주 특출했다. 물론 메모하면서 경청하는 자세는 대립토론을 배우기 전에 이미 몸에 배어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립토론 실력이 놀랍게 향상된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 토론의 기초 역시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라고 할 수 있다. 대립토론은 팀을 짜서 논리적인 말로 하는 게임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때문에 팀원이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팀의 일관된 주장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 근거 자료를 모아서 팀원끼리 의견을 나누며 자료를 분석 정리하고 취사선택하기도 한다. 상대팀이 주장할 내용도 예측해 질문할 내용을 미리 생각해두거나 반박할 내용도 미리 고려해본다. 이렇게 대립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듣기의 중요성은 대립토론을 하는 과정에서도 더욱 절실히 느낀다. 토론을 준비할 때는 자신의 팀원과 의견을 나누지만 토론 과정에서는 상대팀의 주장을 경청하고 반박하고 질문하고 상대팀의 답변에 다시 반박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주장뿐만 아니라 상대팀의 주장을 미리 예측하기도 하고 상대방 주장 내용을 잘 파악해 질문해야 하고 우리 편의 주장에 대해 상대편은 어떻게 나올까를 늘 생각하며 주장을 펼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청은 대립토론에서 승리를 위해 반드시 취해야 할 태도다.

토론 현장에서 직접 상대편의 주장을 통해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의견이나 아이디어, 해석, 자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도 접할 수 있다. 우리 편이 아닌 상대 팀원의 여러 주장, 생각,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이나 생각을 접하므로 생각의 폭을 넓히고 생각의 수준을 높이며 사람마다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나와 다른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명확히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상대의 생각을 거울로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대립하면 대립할수록 나의 관점도 명확해진다. 대립토론에서 경청이 꼭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김주환 연세대학교 교수가 토론은 상대방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나는 또 다른 논리로 이러한 의견을 갖는다. 이런 걸 서로 알고 의견을 교환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토론을 하면 결과적으로 자신이 믿는 바에 대한 의견의 질이 높아진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의미다.

그리고 대립토론에서 상대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다 보면 자연히 비판적으로 듣는 습관도 얻는다. 상대의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서 어떤 자료를 어떠한 관점에서 사용해야 하는지, 상대의 어느 부분에 논리적 허점이 있는지를 열심히 찾으면서 듣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도 팀원과의 의사소통은 필수다. 이렇게 비판적으로 듣는 데 익숙해지면, 토론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해준다. 어떤 뉴스나 시사문제에 대해 사실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무엇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왜 나쁜가에 대한 그 원인을 생각하고 대안까지 고민하는 자세는 현대를 살아가는 학생으로 성장하게 되며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