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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공부하는 토론게임 (대립토론)

대립토론, 이렇게 가자

대립토론, 이렇게 가자

시인이며 아동문학가인 박행신 선생님은 강조한다.

 

대립토론에 관심을 가지면서 느끼는 소감 하나가 어떻게 토론을 통해 승패를 가를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태도였다. 특히 찬성팀과 반대팀을 대회 현장 즉석에 나누어 진행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어떻게 자기의 신념을 한 순간에 바꾸어, 그것도 전혀 상반된 주장을 하게 하느냐는 것이다. 더 어려운 것은 대립토론은 경기의 한 방식일 뿐이지 신념이 아니라고 누누이 설명을 해도 석연치 않은 반응 앞에선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끼곤 했다.

그렇다! 대립토론에서는 자신의 신념을 주장하는 그런 연설의 장이 아니다. 대립토론은 어떤 주제에 대하여 찬성팀은 찬성의 의견을 최상의 이유와 근거를 들어 심사위원을 설득하면 되는 것이다. 반대팀 역시 같은 자세로 열정을 토하면 되는 것이다.

대립토론은 신념간의 대화가 아니며, 상대팀과의 대화가 아니라,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경기 그 차체인 것이다. 상대팀을 KO패 시켜 항복을 받아내는 경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승패의 결정권은 심사위원들이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위원을 설득해야 한다. 그 설득의 과정에서 대화의 상대자가 필요하고, 때론 증거의 대상으로서 증인이 필요하고, 공격 포인트를 찾기 위해서 상대가 필요할 뿐이다. 상대편은 적이 아니라 단지 게임 규정에 따라 그들의 허점을 찾아내고 우리의 주장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단순한 파트너일 뿐이다.

그러므로 대립토론에서는 신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교복을 입고 싶지 않지만, 교복을 입는 것에는 찬성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점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 경기를 진행하다 보면 위와 같은 주제에 같은 심사위원임에도 A조에서는 찬성팀이, B조에서는 반대팀을 이길 수 있다. 그것은 어느 팀이 더 효과적으로 심사위원을 설득하였느냐의 결과이기 때문에 서로 상반된 승패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염려의 취지를 충분히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교육현장, 그것도 초등학생들에게 교육적 차원에서는 도덕적 판단과 관련성이 있는 주제는 신중해야 한다. “왕따는 필요한가?”와 같은 주제 접근 가급적 피해야 한다. 아무리 주장의 이유와 근거가 좋다할지라도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저런 사연도 많고, 회의도 많은 대립토론을 왜 굳이 강조하려는가?

교육적 효과 때문이다. 대립토론의 효과는 간단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대립토론은 다양한 활동과 총체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매우 지적인 경기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통교육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대립토론의 교육적 효과는 심사위원 앞에서 주장하는 대립토론 대회현장 발표하는 활동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극히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안건에 따라 주장을 세우고 다양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자료를 수집 분석하여 입론을 세우기까지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움직임을 생각해 보라. 이것은 단지 지식의 습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습득한 지식을 재구성하는 창의적인 활동이다. 아무리 많은 정보와 자료를 습득했을지라도 그것을 재창조하여 적절한 논리로 세우지 않으면 단지 쓰레기에 불과할 뿐이다.

토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교육적 효과 역시 크다. 잘 세운 입론을 적절한 제스처와 열정으로 청중과 심사위원을 압도하는 표현 기술이야 말로 대립토론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편의 주장을 듣고, 허점을 찾아 반박하는 반박의 기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한다. 막연한 듣기가 아니라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총동원하여 들어야 한다. 허점을 찾았으면 반박을 위해 또다시 그와 관련된 이유와 근거를 논리적으로 세워야 한다. 그것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그처럼 고도의 초인지적인 사고력이 순간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긴장감의 한계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최종 변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종변론은 더욱 통합적인 사고력과 통찰력이 요구된다. 그것은 우리의 주장과 상대편의 주장을 어우르면서 반성과 전망까지 시작과 끝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립토론은 안건에 따라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부터 최종변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육 효과는 교실 수업만으로는 채워지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러한 대립토론의 통교육 활동은 특히 초등학생들에게는 그와 관련된 기능이나 태도를 익히는 활동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반적인 활동에서 지식이나 정보를 얻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핵심에 곧바로 접근하는 방법, 자료나 정보 이용하는 방법, 입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세울 것인가 하는 논리성, 그 입론을 명확하게 주장하는 표현력, 상대방의 주장을 듣고 허점을 찾아 공격하는 방법 등과 관련된 기능들을 익히는 한 교육방법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내용교육이 아닌 방법교육으로 삼자는 말이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이 활동은 학생들 개인의 열정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느끼곤 한다. 그것은 그만큼 앵무새 활동이 아니라 전적으로 자기주도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자에 우리 교육계에서는 자기주도적인 교육과 창의적인 교육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이 대립토론은 위의 두 영역을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는 한 방법임을 확신한다. 그러므로 이 대립토론을 통해 일차적으로 자기주도적이고, 창의력을 신장하는 교육방법으로 활용하기를 적극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