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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학교(Debating School)

(1회)“책 읽어주기의 기적: AI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한다”

책 읽기는 습관입니다

책 읽어주기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책 읽어주기는 책 읽기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1.등잔불 아래서 피어난 소리의 마법, 그 원초적 기억

필자의 기억 속에 각인된 가장 오래된 풍경 중 하나는 시골 마을의 고요한 밤을 채우던 어머니의 목소리입니다.

수십 년 전,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시골집에서 어머니는 등잔불 하나를 의지해 책을 펼치셨습니다.

그 곁에는 우리 형제뿐만 아니라 동네 어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계셨습니다.

어머니가 <심청전>, <장화홍련전>, <홍길동전> 같은 고전 소설을 특유의 구성진 가락과 목소리로 읽어주기 시작하면,

방 안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했습니다. 글자를 모르는 어른들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의 대목에서는 함께 눈시울을 붉히고, 탐관오리를 벌하는 홍길동의 활약에는 박장대소하며 깔깔대고 웃으셨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그저 평범한 시골의 밤 풍경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교육자가 된 지금, 저는 깨닫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혜를 전달하는 책 읽어주기의 원형이었음을 말입니다.

소리를 통해 지식이 전달되고, 공감이 형성되며, 세대 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기적이 그 작은 등잔불 아래서 매일 밤 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2. 운명적 만남, ‘책 읽어주기가 교육적 책무가 되기까지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2002년경, 저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소중한 강의를 만났습니다.

교원연수원에서 열린 사단법인 책 읽어주기 운동본부심영면 이사장의 특강이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강의를 듣기 전까지 저는 책 읽어주기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저 글자를 모르는 저학년 아이들이나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임시로 해주는 서비스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특강 내용은 제 편견을 완전히 뒤흔들었습니다.

책 읽어주기는 단순히 텍스트를 대신 읽어주는 행위가 아니라, 아이의 뇌를 깨우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평생 독서가로 성장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교육 도구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강의를 듣는 내내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목소리가 겹쳐 지나갔습니다.

확신이 생긴 저는 곧장 심 이사장님이 근무하는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이 책 소리에 집중하고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벤치마킹을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인 지도 방법과 풍부한 자료를 전수 받아 우리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즉시 학교 교육과정의 핵심으로 전교생 책 읽어주기프로젝트를 수립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아침 자습 시간마다 선생님과 선배들이 읽어주는 책 소리가 들려오자, 시끄럽던 복도가 정적과 몰입으로 가득 찼습니다.

책과 담을 쌓았던 아이들이 스스로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고, 학교 전체에 책 읽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이는 제게 책 읽어주기가 단순한 선택이 아닌, 교사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교육적 책무라는 신념을 심어주었습니다.

 

3. 학교에서 가정으로, 세 아이와 함께한 시간의 기록

학교에서 거둔 성과는 저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었습니다. ‘내 손주들에게도 이 기적을 선물하자는 결심이었습니다.

외손녀, 외손자, 친손녀 등 세 아이가 태어날 무렵, 저는 자녀들과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 아이들을 태어나면서부터 책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아이로 키워보자.”

이 결심은 곧 엄격하면서도 즐거운 실천으로 이어졌습니다.

딸과 사위, 아들과 며느리는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잠자리 독서만큼은 결코 거르지 않았습니다.

지극 정성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소리를 끊임없이 들려주었습니다.

저와 제 아내 역시 조부모로서 기회가 닿을 때 마다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글자를 깨우치기 전부터 책을 장난감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책 읽어주는 소리가 배경 음악처럼 흐르는 집안 분위기를 만들었고, 잠들기 전 들려주는 부모의 목소리가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행복한 자장가가 되게 했습니다.

그렇게 수 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집의 세 아이는 모두 자타공인 책벌레가 되었습니다.

시키지 않아도 책을 집어 들고, 책 속의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들려주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으로 삼습니다.

최근 제가 출판한 책 읽어주는 소리와 함께 자란 아윤이는 바로 이 생생한 기적의 기록입니다.

 

4. AI 시대, 왜 다시 책 읽어주는 소리인가?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이 모든 지식을 대신 찾아주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시대일수록 인간 고유의 문해력과 공감 능력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기계가 읽어주는 차가운 음성이 아니라, 사랑하는 부모와 교사의 따뜻한 목소리로 전달되는 이야기는 아이의 영혼에 깊은 뿌리를 내립니다.

저는 이제 이 소중한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책 읽어주기가 아이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 연령별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전 노하우,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본 지면을 통해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