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笑山박보영 이야기

제자가 보내온글 "내가 닮고 싶은 분"

내가 닮고 싶은 분

내가 박보영 교장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정확히 2008914학년 2학기 개학일 이었다. 그 날로 나는 광양제철 초등학교로 전학을 왔었고 그 때 처음 인사드렸던 분이 교장선생님이셨다.

항상 교문에서 맞아주셨기에 하루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인사드렸던 분이었다. 그 뒤로도 항상 서있는 마로니에 나무처럼 항상 들리는 하이든의 세레나데처럼 항상 교문에서 가장 먼저 우리에게 인사해주셨던 분이셨다. 학생들에게 손을 잡아주시면서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인사말은 내가 하루를 시작하는데 큰 힘이 아니었나 싶다. 월요일이면 진안에 다녀왔는지 물으시고 가끔 상을 받을 때면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짧은 말이지만 늘 행복했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선생님께서 떠나신 후에 내 등굣길이 허전해진 것을 보면 그 악수가 나의 하루에 생각보다 큰 힘이었던 것 같다. 괜히 그리움과 공허함으로 교장선생님께서 서 계시던 자리를 힐끔거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두뇌 음식과 F.I.C. 추방운동은 내게 새로운 세계였다. 먹거리에 대해 그리 중요시여기지 않던 나에게 중요성을 알려주셨다. 늘 조회시간에는 음식에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F.I.C. 추방운동을 10년 째 해 오셨던 것을 보면 부모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너무도 아껴주셨던 것 같다. 솔직히 박보영 교장선생님께서 실제로 그걸 하실 때에는 좀 무관심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만 하면 학교 밖에서는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였으나 현재 내 식생활을 보면 F.I.C. 운동으로 인해서 많이 변했다. 어쩌면 굉장히 작은 것이었으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생활을 너무도 건강하게 바꿔주었다. 그 운동은 과자업체의 상술인 ‘~데이유행도 학교 내에서 어느 정도 감소시켰고 덕분에 과자 봉지는 학교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두뇌음식은 2교시 후 쉬는 시간에 이루어지는 과업이었다. 힘든 작업이셨을 텐데도 1년 동안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토론교육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토론의 중요성을 알고 또 흥미를 느끼고 대회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법도 배웠다. 토론이 가장 흥미로운 점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시킨다는 것이다. 그런 토론의 매력을 알려주셨고 또한 열정적으로 학생들에게 직접 토론 교육을 하시는 모습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있다. 대한민국의 어떤 초등학교에서도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수업하시는 광경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가끔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대립토론에 관한 책을 보며 낯설게 느껴지기만 했던 토론이 빠르게 다가왔던 이유가 이 속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너무도 당연한 듯이 교육해주셨고 너무나 당연한 듯이 아이들이 받아드리고 있었기에 나도 그 속에 동화될 수 있었던 듯싶다.

4학년 때 학예회와 그 다음해 신입생 입학식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분장을 하셔서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신 것이다. 그 전까지 내게 교장선생님은 너무도 먼 분이었고 늘 엄하신 분이었다. 그런 분이 삐에로 분장에 대머리 가발을 쓰시고 나오신 것은 내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 당시에 아이들과 같이 웃고 떠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너무도 존경스럽다.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아이들이 친근하게 생각하는 선생님이야 말로 최고의 선생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인지 교장선생님을 아이들도 나도 그리도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봄이 진짜 왔는지 실감은 하지 못하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꽃이 만발해있다.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는데, 스치듯 그리움이 감싸온다면 그저 감상에 젖은 것일까? 학교는 지금 몇 달 새 많이 바뀌어있다. 물론 변화는 필요하고 지금이 나쁘지는 않지만 늘 적응이라는 것을 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적응이라는 것이 예전을 너무 좋아하다보면 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내가 박보영 교장선생님을 너무 좋아했던 나머지 더 익숙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늘따라 교장선생님이 보고 싶어진다. 그 이유가 오늘따라 날씨가 흐려서인지 한창 만발해있던 벚꽃 잎이 하나 둘 흩날리기 시작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게 교장선생님과 함께 했던 1년 반이란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다면 이리도 내가 그리워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내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흐릿해 지겠지만 이 글은 내가 지우지 않는 이상 흐릿하게 지워질 일은 없을 것이다.

"이 기억의 조각을 만들어주신 교장선생님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