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笑山박보영 이야기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물려주어야 할 재산이 무엇일까?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물려주어야 할 재산이 무엇일까?

정미옥(6학년 유혜린 학생의 어머니)

대립토론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이 둘째아이 4학년 때이다.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시다 우리 학교로 전근 오시게 된 교장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대립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며 대립토론의 전도사로 나서시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대립토론이란 말이 낯설게 다가왔고 그냥 몇 명이 모여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거겠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학교 활동에 참여하여 아이들의 수업을 참관하게 되면서 아 이런 것이 대립토론이구나라고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내가 막연히 알고 있는 의견나누기의 토론이 아닌 무언가 치밀한 전략을 숨기고 있다가 그 전략을 가지고 상대방을 정정당당하게 제압하는 통쾌함을 주는 그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가 다양화 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그 중 하나가 상대방의 의견을 귀 담아 듣지 않고 내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속된 표현으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듯이 갈등이 일어났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가 어려서부터 토론의 문화가 없이 무조건 위에서부터의 복종에 익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런 토론문화를 접하게 해 준다면 훨씬 자유로운 사고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들을 어려서부터 몸에 익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갈등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배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랐다.

마침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하는 대립토론 팀에 뽑혀서 왔다.

3명씩 팀을 짜서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상대방 팀과 겨뤄 결승까지 가는 형식인데 반에서 2팀 중에 한 팀으로 선발 되었다고 하였다.

한 달간의 준비기간과 1주일간의 대회,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모인 곳에서 토론을 한다는 것이 많이 부담스럽고 위축되었을 텐데도 대회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말을 효과적으로 하는 능력이 점점 발전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결승에서 우승 하였을 때, 무언가를 노력하여 이뤄냈다는 뿌듯함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큰 소중한 경험이 되 주었다.

이렇게 대립토론은 아이를 여러 면에서 변화되게 하고 발전되게 해 주었다.

먼저, 자료를 찾는 능력이 발전 하였다.

처음 아이가 토론 팀이 되어 주제에 맞는 자료를 찾을 때에는 어떤 자료를 어디에서 찾을지 몰라 너무 막막해했다. 오로지 인터넷 검색만을 하였고 그 곳에서 찾지 못하면 짜증을 내었다.

뒤에서 지켜보다가 함께 찾아준 것도 몇 번...하지만 계속해 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어떤 곳에서 어느 자료를 찾아야 효과적인지, 그리고 인터넷뿐만이 아니라 신문, , 잡지, 도서관등 우리 주위에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들과 깊이 있고 정확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는 한 가지 자료만 보면 안 된다는 것 등등 기본적인 자료 찾기 방법을 알려주고 해 보게 하였다. 그러자 처음에는 이걸까 저걸까 판단도 느리고 자료를 찾는 속도도 느려 오로지 자료 찾기에만 모든 시간을 사용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다 역할을 나눠 신문기사, ,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를 찾아 와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다시 찾고를 반복하다 보니, 차츰 시간도 적게 걸리면서 중요한 내용을 찾을 정도로 익숙해졌고, 결승까지 가는 준비과정 속에서 점점 발전되어 갔다.

이런 자료 찾기 습관은 몸에 배어 지금도 책이나 신문을 볼 때 그냥 보지 않고 집중해서 보는 습관이 생겼고, 학교에서 어떤 주제에 대한 보고서나 글짓기 쓸 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그것에 대한 효과적인 자료 찾기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 자료를 가지고 그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를 하여 정리하는 능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그냥 읽는 것이 아닌 왜 그 문제가 일어났는지,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어떤 것인지...등등 구체적이고 자세한 책읽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대립토론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또한, 호기심이 생기거나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은 여러 문제점들은 메모하여 꼭 인터넷 검색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물어보아 지적호기심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약하는 능력이 발전하였다.

자료를 찾다보면 글의 내용이 너무 길어 도대체 무슨 내용을 말하려고 하는지 나도 잘 모를 때가 있다. 하물며 초등학생인 아이에게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모르는 단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나와도 그냥 3번 정도 읽게 하였다. 한 번은 그냥 읽고, 두 번째는 읽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이야기 해 보라 하였고, 그 부분을 함께 이야기하며 뺄 부분은 빼고 보충할 부분은 보충한 다음, 세 번째는 다시 생각하면서 읽어보게 하였다. 옆에서 지켜보며 몇 번 해 주었더니 다음에는 스스로 읽고 요약하는 능력이 좋아졌고, 그러자 그 내용을 요약하여 글로 쓰는 능력도 함께 좋아졌다.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사실 토론이란 상대방 팀의 약점과 논리의 부족한 점을 잡기위해 집중해서 들어야 그 논리를 반박하여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인 아이에겐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요점을 찾아 반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단기간에 생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직접 대회에 참여하며 이기고 싶은 마음에 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말투, 억양, 내용에 집중하며 듣게 되고 그것을 반박하기 위해 내용을 적으면서 듣다 보니 집중력이 예전보다 좋아 졌고, 이러한 집중력 향상은 학교나 학원에서의 수업에서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의 요점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협동과 배려하는 능력이 좋아졌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성격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그런 면이 없지 않다고 할 수 없고,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한 면도 있다. 그런데 이런 면이 조금씩 엷어지거나 한 번 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 하는 것 같다. 아마도 이것은 대회에 참여하며 직접 몸으로 익힌 소중한 경험-자기의 의견만 강조하고 자기의 수고만 강조하면 안 된다는-이 아이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 같았다.

아무리 자신이 뛰어나고 토론 원고의 내용이 좋아도 팀원이 서로 도와주지 않고 자신의 역할만을 강조하면 그 팀은 패할 수밖에 없다. 질문자가 질문을 할 때 빠진 부분을 체크 해 준다든지, 최종 발언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예상 질문을 서로 유추해 준다든지, 자기의 역할을 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며 도와주었을 때 그 팀은 빛을 발하고 이길 수 있다. 그리고 승리와 패배는 팀원 한 사람이 아닌 그 팀 이름으로 함께 해야 진정한 협동 이란 걸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이런 배려와 협동하는 능력은 요즘도 학교 조별 수업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자신감과 리더십이 좋아졌다.

사실 아이는 모범생이라고 많이 칭찬을 받곤 했다. 하지만 발표할 때는 쭈뼛거릴 때가 많아 부모 입장에서는 속상할 때가 많았다. 책도 많이 읽는데 글짓기가 아닌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부족하였다.

그래서 처음 토론 팀에 뽑혔을 때 그 많은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말을 할까? 걱정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는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대단하였다. 그러나 이내 걱정되는지 초조해 하였고, 그럴 때마다 잘 할 수 있다는 격려밖에 해 줄 것이 없었다.

자료를 찾은 다음 정해진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낱말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늦은 시간까지 사전을 찾아보거나, 화장실에서 중얼중얼 거리거나, 또는 머릿속에 있는 것을 갑자기 물어보기도 하였다. 많이 긴장되었던 것 같았다.

걱정 속에 첫 예선전에서 이기자, 긴장감을 극복했다는 생각에 목소리가 커지며 자신감이 충만하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점점 말에 억양과 내용에 조리가 생기고, 그것에 맞는 몸짓까지 자연스럽게 나오며 대회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소극적인 태도가 나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사실에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지며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자연히 아이들에게 믿음이 가는 아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었다. 무엇을 접하든지 하기 싫다, 두렵다, 막막하다가 아닌 한 번 해 볼까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대립토론이 주는 무한한 잠재력인 것 같다.

요즘처럼 사회가 다양해지고 세계가 지구촌으로 가까워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일 것이다.

그런 능력을 타고 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연습을 통해 만들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한 사람은 그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단편적인 암기 공부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그 주제에 맞는 자료를 찾고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이 대립토론 교육이야말로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부이고 우리 어른 들이 물려주어야할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립토론을 접하게 된 것이 우리 아이에겐 행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