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토론으로 인생이 바뀐 사람들 이야기(11)

박보영 (교육학박사, 박보영토론학교교장)

말하려는 부분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필자에게 보내온 편지를 그대로 실었다.

안녕하세요?

그 당시 영재원생 중 한명인 김소영입니다.

그 때는 길다고만 느껴졌던 1년이 지금 생각하니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벌써 고등학교를 내다보고 있네요. 첫 수업시간에 대립토론이 무엇인지 알려주시던 선생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대립토론에 관하여 받았던 책들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대립토론 시간에 받았던 우수토론자 상장이 아직도 제 방 벽에 붙어있어 가끔씩 보곤 합니다. 제가 어떻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 글을 써보려 합니다.

제가 처음 토론을 경험한 건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정해주신 책의 주제와 관련된 찬반 토론이었습니다. 저는 처음 토론을 해 볼 그 날을 기대하며 망치지 않기 위해 반론할 질문과 답까지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토론 날, 반 전체에서 준비를 해온 건 저 뿐이었고 선생님은 정말 실망하셔서 저희를 꾸짖기 시작했습니다. 나 혼자 혼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들 때 선생님께서 어차피 소영이 너는 일어나서 말도 못 할 거잖아!”라고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 때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릅니다. 오히려 준비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말은 면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건 제 자신의 탓도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평소의 제 이미지를 생각하면 토론이 시작했다 해도 정말 말을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 경험이 있고 난 뒤 영재원에서 대립토론이라는 수업이 추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모님은 이번에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고 제안하셔서 지원을 했지만 마음속에는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첫 수업 때, 선생님을 보고 인자하게 생기셔서 전처럼 혼날 경험은 없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리젠테이션으로 대립토론의 의미와 예시들을 보면서 과연 내가 이만큼 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함도 있었습니다. 대립토론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난 뒤, 저희가 처음으로 토론 주제를 받고 집에서 자료를 찾아왔습니다. 토론은 다들 처음이고 낯설어서인지 자료준비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영재원에 도착해서도 폰이나 컴퓨터로 서둘러서 자료를 찾고 토론에 들어섰습니다. 4명이 한 조였는데 서로 친하지도 않고 너무 떨려서 마음에 들 만한 결과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토론이 끝나면 선생님과 다른 조 아이들이 오늘 한 토론을 평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있었는데 토론이랑 안 좋은 기억만 있던 저에게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평가에 관해서도 선생님의 조언과 각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에 관해서도 알려주셔서 다음 토론을 더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토론과 선생님과 하는 토론은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느껴졌습니다.

학교에서는 보통 강제적으로 시키는 면이 있어서 참여를 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어서 전개가 힘들고 토론 순서도 그 상황에 맞춰 바뀌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열심히 준비를 해온 아이들도 있을 텐데 모두가 그렇지 않다보니 진행하시는 선생님들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모난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 번쩍 들어서 발표하는 우등생도 아닙니다. 토론을 진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말을 하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수행평가 점수를 위해서 하는 것도 결국엔 발표를 하는 학생과 하지 않는 학생으로 구분되었습니다. 단순히 수행평가라고 생각하니 집중도와 참여도는 더욱 떨어져 갔습니다.

영재교육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으면서 학교에서 알지 못했던 의미들을 알아갔습니다. 대립토론을 하면서 주제에 따라 찬성 또는 반대가 유리해보였던 것들도 있었는데 뽑기로 팀을 결정하다보니 더욱 주제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다양한 의견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역사와 관한 주제로 토론을 하는 경우, 이미 있는 사실을 다루기에 대부분이 옛날에 했던 선택을 지지합니다. 예를 들어 이성계의 조선 건국은 잘한 일인가?’ 라는 주제가 있을 때 찬성을 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선 건국 이후 있었던 사실들을 우린 알고 있고 증거도 더 많기 때문입니다. 반대 팀이 되었던 저는 건국한 원인부터 자료를 찾기 위해 조사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생각을 다르게 가진 분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찬성 팀에 반박할 질문도 자연스레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을 평소와 다른 관점으로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뿌듯하게 이런 얘기를 꺼낸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립토론을 할 때마다 조가 무작위로 바뀌는데 4명의 역할을 정하고 나면 책임감이 생기게 됩니다. 4명 중 그 역할을 맡은 건 저 뿐이기에 준비를 하지 않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제가 만들어온 질문을 반론하는 사람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괜스레 나 자신한테 칭찬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역할을 맡든 제한시간을 알맞게 써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남기도 하고 써온 걸 다 읽다보니 부족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에는 조원들이 역할에 맞게 보충해 줄 수 있어서 학교에서도 이런 식으로 팀을 조를 짜서 토론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는 토론의 승패를 나누는 경우가 적습니다.

그래서 평가를 해본 적도 별로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반 아이들을 평가하게 된다면 교우관계나 집중도와 같은 이유로 제대로 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게 제가 더 열정을 가지고 선생님 수업에 참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로도 포함 될 것 같습니다. 그 곳은 오직 토론을 위한 곳이었습니다. 자료를 준비하지 못한 날도, 조원이 빠졌던 날도 다른 과정들은 몰라도 토론만큼은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있다는 게 기뻤고 승패가 달렸으며 같이 해 줄 조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과의 만남은 겨울에 시작하고 겨울에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 대립토론을 하던 날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장을 할 때 상대방이 꼬투리 잡을 부분이 있는 지 생각하게 되고 시간을 맞춰서 말해야 하며 제가 말하려는 부분을 명확하게 전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점점 대립토론이 익숙해지면서 떨리긴 해도 준비할 때 적응이 되어 처음보다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조원들한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고 선배들과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맡은 역할 안에서는 충분히 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토론과 함께 우수토론자로 제가 속해있던 조가 되어서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마무리를 이렇게 좋게 해서 더 기분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토론에 대해 안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던 저를 바꾸어주셨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도 선생님과 이런 토론수업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중학생으로 영재원 학생의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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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달라졌나?

-명확하게 주장할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3분 동안 말하려고 하고 상대방에게 말을 걸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은 순전히 나의 발전을 위해 토론을 한다.

-주제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다양한 의견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생각을 다르게 가진 분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찬성 팀에 반박할 질문도 자연스레 만들 수 있었다.

-무작위로 바뀌는데 4명의 역할을 정하고 나면 책임감이 생기게 된다.

Posted by 토론은 게임이다. 바로 대립토론! 笑山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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