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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토론Debating관련 신문 연재

52회 대립토론에 관한 신문연재: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려면...

대립토론으로 키워지는 능력(5)

박보영 (교육학박사, 박보영토론학교교장) 

    우리 사회에서 대인관계를 하면서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행동을 실천하여 성공한 사례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상담활동에서 상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반쯤은 문제 해결을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남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남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어렵기도 하면서 3가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

즉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주어야 한다. 이야기하는 사람을 이해하며 들어주어야 한다. 이야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들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면서 우리사회의 성공적인 삶에서 꼭 요구되는 집중하여 듣는 능력은 대립토론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집중하여 듣는(Listening) 능력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려면, 즉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잘 못 판단하는 부모의 오판을 지적하고 싶다. 선행학습을 시키는 과외나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학생들을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이 우리교육의 커다란 병폐로 자녀들을 망쳐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를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부모들이 위안을 삼기 위해서 이 방법을 택하는 것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모가 지도할 수 없기도 하고 이웃집 아이는 어디 어디를 보내는데 내 아이는 아무런 과외나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내 아이만 성적이 처지지나 않는가 하는 불안감에서 할 수 없이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안이 쪼들리고 아이들이 파김치가 된다 해도 선행학습을 시키는 과외나 학원에 보내서 남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가정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참고 고생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각오로 자녀를 학원이나 과외지도에 보내는 것이다.

과외지도나 학원에 보내는 초중고 학생들이 받는 교과 성적은 엄격히 말해서 학생들 본인의 성적이 아니라는 것을 왜 모르는지.

선행학습을 하는 과정이나 상급과정은 짧은 기간에 시험성적을 올리기만을 위해서 퀴즈풀이 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실제적인 학업 성적 향상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는 실제적인 연구결과에서 드러났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서울 초고 학생 5,000명과 그들의 학부모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 보고서가 있다. 연구시기가 조금은 오래되었지만 기일에는 상관없는 연구결과라고 본다.

더구나 고학년이 될수록 과외 효과는 별로였다. 저학년에서 반짝 효과가 있지만 과외나 학원수강을 계속하면 고학년에서는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국어는 중1 때 비 과외 집단이 과외 집단보다 3.33점 낮았지만 성적이 꾸준히 향상돼 고2 때는 오히려 2.66점 높게 역전되었다. 수학이나 영어 과목도 점수다소 차이가 났지만 같은 현상을 보였다. 과외나 선행학습을 꾸준히 한 학생의 성적학년이 올라갈수록 저학년 때의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고 떨어진 반면 주로 혼자서 공부를 꾸준히 한 학생들은 처음에 비해 성적이 많이 올라가 마침내 고2에서는 역전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이 공부하는 요령을 잘 알거나 바람직한 학습태도를 가질 때 더 좋은 성적을 받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여기서 바람직한 학습태도는 자주적인 문제 해결과 집중적인 학습태도를 말할 수 있다.

학교에서 다른 학급에 들어가서 단 한두 시간만 수업을 해 보면 금방 성적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활동에 집중하는 정도에 따라 학업성적이 놀라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활동에 집중하는 능력은 대립토론 활동을 통해서 놀랍게 향상된다는 확신을 장기간의 지도 경험에서 얻을 수 있었다.

서필환의 <당신 멋져, 원더풀!>(호이테북스)경청과 관련된 글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과 마음의 길을 트는 최고의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겸손이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 중에 하나가 상대방의 마음을 기가 막히게 읽어내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기 때문이다.

줄탁동시(茁啄同時)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설명한 말이다. 시골에서 자란 필자는 어미닭이 알을 품어 병아리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어미가 품은 알 속에서 병아리가 자라기 시작하면 그 병아리는 자신이 깨고 나올 알의 부위를 쪼기 시작한다. 이때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닭이 밖에서 쪼면 알을 깨고 비로소 병아리가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이때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 어미닭이 밖에서 그 소리를 듣고 답하는 것을 ()’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일이 동시에 생겨야 비로소 어떤 일이 이루어진다는 해석이 줄탁동시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가르침이자 참으로 현명한 이치가 아닌가?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선물을 받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듯 경청하지 않것은 받은 선물을 아무렇게나 던져두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사람에게 누가 다시 선물을 주겠는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는 경청에 있다(서필환호이테북스당신 멋져, 원더풀!에서 인용).

말로 하는 운동경기와 같은 게임인 대립토론에서 경청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토론자는 자신이 할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토론에 집중해야 한다. 메모를 하면서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상대 팀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귀 기울여 잘잘못을 꼬집어 내어 약점을 공격해야 하며 자기 팀의 팀원이 발언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 즉 상대나 동료의 발언과 분석에 집중해야 한다.

대립토론에서 집중하여 듣는 정도는 승패에 큰 영향을 준다.

대립토론을 거듭하면서 집중하여 듣는 능력, 즉 경청하는 능력이 키워지게 된다. 그래서 거듭되는 대립토론 훈련을 통해서 경청하는 능력 향상은 물론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키워지므로 과외나 학원 지도에 의존하지 않아도 학업성적을 올릴 수 있다.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경청하는 능력을 키워 학업성적도 올릴 수 있는 대립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