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笑山박보영 이야기/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아버지/아들의 마음나누기(29)

57일 토요일 26일째

<고통, 영광의 신비 – 27>

기상 4시 56분

출발 7:00 / 도착 12:50 (5시간50분)

O cebreiro -> Triacastela (21.5km)

날씨 : 안개가 시계 100m도 안 되었다. 기온은 쌀쌀하였다. 손이 시리고 귀가 시린 정도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한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9시30분경이다

<숙소> Alb Atrio

<순례자길의 풍광>

내리막길이지만 오르막이 2번 정도 계속되며 도로가에 난 길과 산비탈길이라서 내려오기는 괜찮았다. 여느 때와는 다른 산비탈길이다. 오른쪽으로 심한 비탈로 되어있다. 산비탈을 가로질러 길이 만들어져있어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의 길이다. 저 멀리 풍광이 아름다운 길이다.

<묵상주제 : 인디언의 기우제>

인디언들은 기도를 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루어질 때까지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비올 때까지 드리니 그래서 생긴 말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이루어질 때까지 끈질기게 지속하는 자세는 매우 필요하다.

종교적으로 기도 드리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삶에도 끈질기게 끝까지 하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될꺼야 한다던지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차라리 시작하지 않았던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우리의 속담에도 ‘가다가 중단하면 아니 간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끝장을 보는 자세야 말로 우리에게는 꼭 필요하다.

산티아고 순례길 또한 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따른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완주 할 수 없다. 순례길에서 끝가지 해내는 의지를 키운다.

‘인디언의 기우제’의 일화에서 인생길의 지침을 배우게 되고

오늘 이를 묵상하면서 순례길을 걸으면서

꼭 필요한 인생의 순례길을 배우게 된다.

 

<오늘의 주제 :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에비타, 로렌스, 산티아고아저씨, 캐나다 에드윈, 일본인 히야, 요코, 국정원, 신부님, 신영배부부, 김대명부부, 선영, 시몬(이태리), 신나리, 강동구아줌마(2), 제갈근, 캘리포니아 쌍둥이남매, 프랑스 부부들의 이야기

 

<오늘의 주제 1 : 알베르게>

많은 사람들이 만났다 헤어진다. 낯모르는 사람들이 정처 없이 찾아든다. 그리고 야밤도주 하듯이 언제 보았는가 하듯이 사라진다. 그러나 또 길에서 우연히 만나서 아니 지난 저녁에 만났기에 반갑게 인사한다.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고 연령이 다른 남녀가 같은 숙소에서 함께 하루 밤을 지낸다. 흥미와 관심을 이야기하며 아주 친한 사람들처럼 와인 잔을 기울이기도하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정을 나누는 곳이 알베르게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신기하기까지 할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알베르게는 동네마다 있고 순례자들은 각종정보를 가지고 아니 아무정보 없이 우연히 발 닿는 대로 찾아든다. 그중에도 소문난 집은 또 소문대로 순례자들이 찾아드는 곳이 알베르게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알베르게를 이어놓은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순례길에서 알베르게는 필수적이다.

20여일에서 40여일까지 걷기 위해서는 알베르게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폐허되어 가는 동네를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순례자들을 위해서 알베르게가 생겨나고 Bar가 생겨나고 생필품, 기념품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활기 띤 동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 알베르게는 중심을 이룬다.

순례자 입장에서 보면 알베르게는 상당히 흥미 거리다. 친절하고 깨끗하고 시설 좋고 값도 저렴하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금상 첨화 격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첫째가 걷는 것이고 두 번째가 알베르게를 찾아 피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고통스럽지만 행복하고 보람되며 인생길의 도움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느냐의 관건이 된다.

지금도 알베르게의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끊임없이 퍼져 가고 있다. 전 세계인의 소통의 장소는 알베르게이다.

알베르게에는 묵시적인 예절이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남을 배려한다. 남의 잠을 방해하지 않는다. 또 이른 아침에 알베르게의 문을 열고 나가면 다시 들어 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알베르게에서는 내 잠자리에 필요한 물건들은 내가 들고 다닌다. 내짐은 내가 책임진다. 걷은 내내 신는 신발과 스틱은 현관에 보관(정해진)한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아니면 한 두 번 경험하고 또는 실수해서 배우는지 잘들 지킨다.

 

<아버지/아들의 마음 나누기>

O Cebreiro 숙소를 나오니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안개가 자욱하다. 나는 방향을 잡을수 없었다. 그러나 아들은 이곳입니다 하고 가는 것이다. 외국인이 머리에 렌턴을 달고 가다가 다시 오며 길이 어디냐고 물으며 길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아들은 길을 안내하며 걷는다.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 정확하게 순례길을 안내하는 아들을 보며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이나 정확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심지어 너무 꼼꼼하여 어느 때는 나의 마음을 거슬린적도 있었지만 오늘 보니 그러한 아들의 성격에 감탄을 한다. 순례길에서 아들이 보여주는 자세는 내가 잘 알고 있었던 아들과 새삼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러니 그동안 아들을 잘 몰랐던 아버지였다. 몇 번째인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아들과 함께 잘 왔다고 생각한다.

아들은 나에게 아버지와 함께 잘 왔다고 말 한다. 결정을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 결정을 내려 준다던지 길을 못 찾고 헤맬 때 혼자 있으면 당황하고 무서웠을 텐데 아버지가 버팀 목이 되고 조언자가 되어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나 또한 아들을 고맙게 생각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와 아들의 멋진 교감이 오가는 기회였으며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좋은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순례길에서 아버지의 마음>

아들이 왼쪽 발목에 이상이 생겼다.

붓고 통증이 있어서 잘 걸을 수가 없다. 본인은 걸을 수 있다고 하지만 걷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내일은 짐을 보내자” 했더니 “나만요?” 그러면서 걸을 수 있어요 한다.

절뚝거리며 걷지만 아버지로서는 어찌해야 할 지 마음만 아플 뿐이다.

다음 목적지까지 차편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걸어보겠다는 것이다.

오후에 숙소에 도착하면 얼음찜질, 진통제도 먹고 정형외과 의사가 처방한 약을 함께 복용해도 된다고 한 약이기에 먹여볼 생각이다. 남은 4~5일 잘 견뎌주면 무사히 산티아고에 도착 완주하게 되지만 본인의 의사에 맡겨 볼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그저 아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들은 몸이 아프고 아버지는 마음이 아프다. 어우적, 어우적, 걷는 아들을 뒤로해서 걸으면 아들이 궁금하고 아들이 앞에서 걸으면 그 걷는 모습에 아버지는 마음조리며 그저 보고만 있을 뿐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자신의 몫은 자신이 해결해 가는 길이기에…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아버지의 마음은 아들이 온전히 완주하여 주기만을 빌어준다.

제안한다 – 자매결연 – 라면집-팜프 (김치찌개 17만명 / 한국음식 4천명)

 

(아버지/40년 동안 교직의 길을 걷다가 정년퇴임하고, 대립토론 교육을 전파하는 70대 교육자)

(아들/호주 유학을 다녀와서 직장을 접고, 아버지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30대 젊은이)

비오고 안개낀 순례길

 

순례길의 풍광

 

 

스폐인의 장묘문화를 접하고...
순례길에서 보는 결혼식 풍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