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笑山박보영 이야기

작가 김문정은 “삶의 나침반”이라는 글에서

'스페인은 맛있다''바르셀로나 미식가의 집 까사구르메'의 작가 김문정은

블로그 CASA GOURMET 2023.4.2.삶의 나침반에서 큰사랑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주었다.

바로  책 읽어주는 소리와 함께 자란 아윤이” 책을 읽고 소감을 올려주었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며 이글을 소개한다.

제 손녀가 '스페인은 맛있다' 책을 돌 무렵부터 지금까지 100번은 넘게 읽었습니다.

처음엔 저희가 읽어주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혼자서도 읽고 남동생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책이 나달나달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녀가 책에 나온 음식 레시피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친 기념으로 따빠스구르메에서 식사하기로 약속했답니다.

손녀의 할아버지 티노박사님

 

작년 4월 초 따빠스구르메 레스토랑을 닫기 얼마 전 한 신사분의 전화를 받았다.

위 내용의 통화를 마치고 바로 그 날 저녁 3대의 가족이 레스토랑을 방문하기로 했다.

어떤 가족일까, 내 책을 닮도록 읽었다는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어쩌다 내 책을 그리 좋아하게 된걸까?

20094월에 나왔던 책이고 지금은 절판되었는데 아직도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고, 작가를 만나고 싶어 찾아오기까지 한다니....

나는 마음이 설레는 한편, 내 음식에 기대를 많이 하고 올 가족을 행여나 실망시키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며 기다렸다.

식사를 마치고 할아버지께서는 해질대로 해진 내 책을 수줍게 건내셨다. '아윤이가 이 책을 정말로 많이 읽었어요 지금도요.'

내 손으로 손때묻은 책을 받아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돌무렵부터 지금까지 아윤이 (손녀)300페이지가 넘는 내 책을 첫장부터 끝까지 읽었다는 것은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읽어주셨다는 것이고, 누군가 읽어주는

긴 시간동안 아이는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는거다.

아윤이가 내 책을 좋아해 준 것은 나에게 영광이지만, 그것보다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긴 세월동안 아윤이의 책 읽기 요청에 늘 기쁘게 응해주셨다는 그 사랑이 나에게는 더큰 감동으로 다가왔었다.(때로는 또 읽어달라고 하여 읽어준 사람을 아연 실색하게 만들었다고도 한다)

해졌지만 사랑의 손때가 묻은 책의 모습 :)

 

그 때 나는 '스페인은 맛있다''바르셀로나 미식가의 집 까사구르메' 새 책에 사인을 하여 아윤이에게 선물을 했다. 레스토랑 폐업과 맏물려서일까.

아쉬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 섭섭한 마음, 허전한 마음들이 한 데 뒤엉켜 슬펐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 전, 티노박사님(아윤이 할아버지)께 연락이 왔다. 새로 출간한 책을 보내주시겠다는 연락이었다. 책 제목은 책 읽어주는 소리와 함께 자란 아윤이였다.

, 그 때 내가 느꼈던 그 감동이 이 책 안에 담겨있겠구나!

아윤이의 할아버지께서 최근에 출간하신 책 책 읽어주는 소리와 함께 자란 아윤이

 

책을 읽어보니 티노 박사님(아윤이 할아버지)40여년간 교직에 계셨고 평생동안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해오신 분이셨다. 지금은 토론학교 교장으로 대립토론을 강의하신다고 한다.

평생 독서를 강조하신 분이 첫손주에게 무엇을 가장 먼저 주고싶어하셨을지 눈앞에 그려진다.

좋은 책을 하루빨리 보여주고 읽어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아이가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아이 눈높이에 맞는 환경을 만들고, 교육자의 눈으로 좋은 책을 선별하셨다. 그러나 내 욕심으로 채우는 시간은 아니었다. 손녀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읽어주셨다. 책읽기 싫어할 때는 다른 흥미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을 생각하셨고, 계속 읽어달라고할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기꺼이 즐거운 마음을 내어 읽어주셨다. 어린 아윤이도 가끔은 내 책을 연거푸 읽어달라 하면서 슬그머니 눈치를 보곤 했다고 한다. 너무 길어서 할아버지가 힘들까봐. 그래도 힘든 내색하지 않고 읽어주셨다고 한다...

 

티노 박사님은 손녀와의 책읽기경험을 통해 유아기때부터 책읽는 습관이 잡힌 아이들이 얼마나 지혜롭게 잘 자라는지를 이 책으로 보여주고 싶어하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큰사랑'을 봤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손녀가 필요로 하는 때에 필요한 것을,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것을 추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어쩌면 천주교에서 말하는 예수님의 모습이었고, 불교에서 말하는 관세음보살님이었다. 예수님은 아픈 사람에게는 치료를, 배고픈 자에게는 빵을, 잔치에는 술을, 죄인들에게는 용서를 주셨다. 관세음보살님은 모든 이를 구제하고도 구제했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영원히 구제해주시는 한없는 사랑을 베푸는 분이다.

길가에 펴있는 꽃을 보면 내가 행복한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에게 사랑을 베풀고 댓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사랑인데, 책을 읽는 내내 손녀를 향한 할아버지의 마음에서 이 큰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아이 둘을 키울 때 한글책 구하기가 쉽지 않아 책들을 반복해서 읽다보니 거의다 찢어지고 해지고 너덜너덜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너덜너덜한 책에 정이 들어 버리지못하고 한국에까지 가져와서 한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추억이 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엄마를 사랑해요. 왜냐하면...'이라는 책을 아주 좋아했었다. 나도 그 책은 읽어줄때마다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고 사랑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감사하고, 책 속 아기동물들이 제각각 엄마를 사랑하는 이유를 수줍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너무나 사랑스러워 행복했었다. 양반다리 한 내 다리 위에 아이가 앉아 같은 같은 책을 같은 호흡으로 읽어나가고 어느 날 내가 읽기도 전에 자기가 외워서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우리 딸들. 티노할아버지도 같은 자세로 아윤이, 아윤이 동생과 지금도 책을 읽고 계신다. 티노박사님의 책을 읽으며 잊

고 있던 우리 아이들과의 어린 시절 추억에도 잠겨보았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집어들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어떤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까? 뭘 배우게 될까? 생각하고 궁금해진다.

사람을 만나도 그렇다. 어떤 성격의 사람일까?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을까, 나랑 어떤 점이 통할까..

책을 읽어나가며 작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맞닿는 부분이 생기면 얼마나 기쁘고 설레는지.

가끔 훌륭한 작가들도 보통 사람들처럼 마음이 여리고, 때로는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걸 보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사람들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화를 하다가 서로 통하면 신기해하며 더 가까워지고, 힘들 때는 서로 위로하면서 또 가까워지고 평생 책 읽기를 사랑하시고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신 티노박사님께서 책을 통해 자신의 사랑의 방식을 가르쳐주신 책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부족한 내 책이 이렇게 좋은 분들과 이어져 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감사할 것이 너무도 많다.

"아자!가가꾸소"책읽어주기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