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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토론으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이야기

대립토론 배운 덕분에 고려대학교에 입학했어요

대립토론 배운 덕분에 고려대학교에 입학했어요

 

나는 초등학교에서 대립토론을 익숙하게 겪었다.

저학년 때부터 교장선생님께서 대립토론을 강조하셨기에 수업시간에 종종 짧게나마 직접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본격적인 대회에 참가한 건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전교생이 대상으로 대립토론 대회가 열려 나도 친구 두 명과 함께 팀을 만들어 대회에 참가했다. 매 경기마다 새로운 주제에 맞추어 자료를 탐색하고 예상 질문지를 만들어 연습하는 일은 초등학생인 나에게 꽤 힘든 일이었다. 또 무슨 질문이 나올 지, 내 질문에 대한 반박은 어떻게 나올 지 모른다는 긴장감은 늘 부담이었지만 토론을 하며 내 의견을 논리적으로 펼칠 때에 나는 깊은 쾌감을 느꼈다.

그렇게 어느덧 결승전까지 진출하게 되었고 예선전, 본선전과는 달리 결승전은 강당에서 진행되었다. 결승전의 주제는 영어의 공용어 사용이었고 우리 팀은 반대 입장이었다. 결승전 전까지는 나의 어줍잖은 임기응변으로 내 역할을 어느 정도는 수행할 수 있었지만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는 달랐다. 내 질문은 모두 반박되었고 오히려 상대 팀의 질문에 내가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시간이 흐른 것인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었던 대립토론이 하는 종소리와 함께 종료되었다.

강당을 가득 채운 친구들의 박수소리가 들렸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서 우리들의 토론에 대한 평을 내려주셨다. 내 초등학교 시절 대립토론 대회의 결승전은 우리 팀의 쓰라린 패배로 끝이 났다.

결승전이 끝나고 나는 내가 왜 그렇게 무력하게 질 수 밖에 없었나 고민해 보았다. 고민의 결론은 내가 대립토론을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대립토론은 단순히 내 입장을 정리하고 상대팀의 의견을 예측해 그에 맞는 질문으로 상대를 압도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주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주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매 순간 상대의 주장에 귀 기울여 듣고 꼼꼼하게 점검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찬성, 반대를 택할 때 공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내 멋대로 해석한 뒤 반대 입장을 택했고, 토론을 할 때에는 그저 준비해온 내용을 말하는 데에만 급급해서 상대의 주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 했다. 그래서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에 힘없이 무너진 것이었다.

나는 결승전에서 패배했지만 패배를 통해 위에서 말한 승리보다 값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수많은 토론시간과 발표시간을 가졌고 그 때마다 결승전에서의 뼈아픈 기억과 깨달음이 내게 좋은 피드백이 되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토론과 발표 경험은 지금의 내게 하나의 강한 무기가 되었다.

생각보다 경험과 비 경험의 차이는 크고, 그렇게 쌓인 경험은 그저 보고 들으며 한 간접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직접 책과 신문기사를 뒤지며 토론 준비를 해보았고, 직접 토론장에 서서 상대팀에게 질문을 했고, 또 내가 상대의 질문에 반박하며 그 긴장과 떨림을 몸소 느껴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들이 현재 나의 무기가 되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이런 대립토론의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고려대학교에 입학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배우며 매주 나의 작품을 패널을 만들어 어필해야 한다. 교수님께서는 내 작품을 감상하시고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하신다. (이것을 우리는 크리틱이라고 한다.) 건축에서의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다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또 그 디자인의 의미에 타당한 논리가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에 난 크리틱 시간만 되면 초등학교 시절의 대립토론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교수님의 크리틱에 적절한 대답을 설득력 있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동안의 경험 덕분이 아닐까? 대립토론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의 무기가 되었다

김미현(고려대학교 건축학과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