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笑山박보영 이야기/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아버지/아들의 마음나누기(26)

54일 수요일 제 23일째

<묵주기도 영광의 신비: 청원>

<기상>오전 5시 50분

<출발>오전 7시 43분

<도착> 오후 3시 40분

<걸린시간>8시간 걸었다

<출발-------도착>

Foncebadon--------Ponferrada :26.9km

<날씨>

포근하고 쾌청하다 낮에는 뜨거운 햇살을 매우 고생을 더운 날씨로 변환

<숙소>Hostal Rio Selmo

지친 몸을 쉬기 위해서 알베르게는 피하고 hostel로 정했다( 40유로)

빨래는 빨래 방에서 4유로 건조 +4유로 해결

 

<오늘의 주제 1> 순례길에서 만난 어느 아가씨

산 길 가에 아름다운 봄꽃이 우리를 반긴다.

1515m를 돌아 돌아 내려가는 산길에서 어느 아가씨를 만났다.

함께 내려가다 헤어졌다. 한참 동안 내려오는 길 내내 아름다운 봄꽃이 산에 그리고 길가에 피어 있어 순례자의 마음을 달래 주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산에는 나무 꽃들이 이제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열심히 꽃 피울 채비로 활기찬 산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앞에 가던 아가씨의 손에는 봄꽃이 들려 있었다. 내려가면서 길가에서 팔짝 팔짝 뛰면서 이 꽃 저 꽃을 꺾어 한 손에 움켜쥐고 즐거워하며 앞서 내려가는 것이다.

“순례자가 꽃을 꺾으면 안되지.” 나는 생각했다

“Please Don’t You Cut wild Flower!” “순례길에서 자연을 훼손하면 안됩니다.” 라고 말해 주어야 하나 망설였다.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의 기본예절이 아닌가? 그러나 말하지 못했다.

그 아가씨 마음을 상할까 해서 말 못했다.

아 그런데 그 아가씨가 한국 아가씨라니? 놀랐다.

하지만 1년에 17만명 정도가 산티아고 순례길 온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될까?

햇빛 찬란한 날씨에 산을 내려오려면 2-3시간이 걸리는데 손에 든 그 꽃은 어떻게 되었을까? 순례길에서 만난 그 아가씨, 한 손에 꽃을 꺾어 들고 기분 좋게 산길을 가는 그 아가씨의 마음은 어떨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순례길을 가든 모두가 자신의 삶의 길이요, 방법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과연 어떤 사람을 원할까?

오늘 하루 종일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순례길에서 만난 어느 아가씨의 마음이 알고 싶어진다.

 

<오늘의 주제 2> 주모경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바치는 주모경은 나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버탐목이요 디딤돌이 되었다.

순례길 걷기 23일째인 오늘까지 정말로 많이 바쳤다.

출발기도로서 그러했고, 힘들 때, 나의 몸에 이상이 신호가 왔을 때, 발이나 무릎에 통증이 있을 때, 걸으면서 묵상이 끝나고 생각이 쉬고 있을 때 주모경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였다.

얼마나 많이 주모경을 바쳤는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모경을 이렇게 많이 바쳤던 기억은 없다.

발, 허리에 통증이 왔을 때 무조건 주모경을 계속 바치면 언제 그랬더냐 싶게사라진다.

힘들고 짜증스러운 길에서도 주모경을 계속 바치면서 걷는다. 어느새 통과 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서 순례길에서의 고통을 극복 하는 길은 두말할 것 없이 주모경을 바치는 것이 몸에 배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할 셈이다.

주모경은 나에게는 순례길에서의 생명수와도 같다.

주모경을 바치면서 주님이 함께 하심을 기도하게 된다. 주님과의 만남을 기도한다.

주님의 뜻이 저를 통해서 표현되는 날을 기다리며….

 

<오늘의 묵상> 나의 존재는?

나는 가족의 일원으로 존재한다.

나는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한다.

나는 나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존재한다.

나는 2세 교육을 위한 교육자로서 하늘의 사명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나는 가장으로서, 부모로서, 남편으로서 존재한다.

나는 주님의 아들로서,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일꾼으로서 존재한다.

그래서 오늘은 더욱 나의 존재 가치를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나의 존재 가치를 생각하며 나를 존재케 하는 주위의 이웃들을 위해서 나의 할 일을 정말로 열심히 했는지 반성해본다.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존재하지는 않았는지 묵상 해본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 우리를 위해 기도 하는 사람들이나 나를 응원해 주는 지인들에게 나의 존재로 인해 그들의 기도와 응원이 의미 있게 되도록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승화 시키고자 한다.

지인들이여

대자 대녀들이여

우리 가족 모두여

감사해요

무사히 마치고 돌아가면 나도 그들을 위해 응원하고 기도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주제 3> 돌동산 위에 우뚝 선 십자가

1515m 순례길을 돌아 돌아 올라 돌동산 위에 세워진 무지 무지하게 크고 높은 십자가를 만난다. 보는 순간 나의 가슴이 뭉클했다.

어느 순례자는 털썩 주저앉아 눈물로 기도를 바친다. 프랑스에서 온 순례자는 가지고 있던 동전을 던지며 두 손 모아 정말로 간절한 기도와 함께 울음을 터트린다.

눈물로 기도하는 순례자들을 보며 사연 많은 순례자들이 순례길에서 주님을 만나는 기회가 있기를 나는 기도해 주었다.

예고 없이 만나게 되는 돌 동산 위에 높이 세워진 십자가는 마치 하늘에 이르는 길 같기도 하다. 순례길을 22일 걸어오면서 소홀히 하였던 묵상을 반성하기도 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를 하였다. 더구나 어제 22일째 묵상 주제가 십자가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나를 불행하게 하는 8가지 생각들을 십자가 하나 하나에 걸어 놓지 않았던가?

내일의 내 삶에서 나를 내려놓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갑자기 돌동산 위에 우뚝 선 십자가 탑은 나의 다짐을 더욱 굳게 만든다.

나는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주님과 함께 하는 삶을 이제는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주님의 뜻을 펼치는 사업의 도구로서 써 달라고 매달리는 마음으로 기도 하였다

 

<아버지/아들의 마음 나누기>

1515 m 산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은 돌길의 연속이었다

발목에 통증을 호소하며 걷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애처로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초조하고 조마조마 하기도 하다.

오늘은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더구나 오늘은 26.9km의 하산 길 모두가 돌 자갈로 이어진다. 오늘의 목적지 부근에서는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 쬐는 아스팔트 길로서 오르막과 내리막 길의 연속이다. 어떻게 지탱하고 걸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어우적 어우적 거리며 기진맥진한 몸으로 어렵게 내려 왔다.

아들의 끈기와 인내심, 하고자 하는 의지에 내가 아들에게 표현은 안하지만 감탄하는 하루였다.

그렇게 힘들게 Ponferrada 와서는 자기의 임무인 숙소 찾기 ,식사 준비 장보기, 세탁등 할 일을 해 냈다.

 

<오늘의 주제 4> 진정한 순례길을 체험하다

5월 4일 1515 미터를 굽이굽이 돌아서 올라가는 길은 돌길이어서 그리 쉽지는 않았다.

어제 숙소는 1440 미터 위치에 있었기에 오늘 1515m를 넘는 것은 그리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숙소가 있는 마을 맨 위에 대형 나무 십자가가 서 있었다.

숙소에서 아침 해돋이를 보았다. 동쪽에서 막 떠오르는 5월 4일의 햇살이 빛나는 가운데 바라보는 나무 십자가는 유난히 우리를 반기는 듯 했다. 오늘을 위해, 순례자를 위해, 십자가 앞에서 출발 기도를 바치면서 시작하였다.

그리고 정상 부분에 우뚝 선 십자가 탑을 지나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길은 작고 고운 자갈 길이다. 집는 발의 촉감도 좋은 길이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길이다. 중간 중간에 정성들여 만든 나무의자, 앉고 싶은 나무의자, 나는 오늘 걷는 이 길이 진정한 순례자들을 위한 길임을 느끼게 한다.

십자가를 보면서 출발한 오늘의 길, 어렵게 돌 자갈길을 올라 하늘로 이어지는 듯 높디 높은 돌 동산 위에 십자가를 바라본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주님께 바치는 십자가 기도이기에 진정한 마음을 담은 기도가 될 것이다.

이어지는 잘 정돈된 길에서 안정을 취하고 평화를 만끽하는 안락한 순례길, 이 길은 정말 평화로운 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뿐이다.

내리막길은 험하디 험하다. 더구나 돌길이다. 그렇지만 양 옆에는 아름다운 야생화가 순례자들을 응원하듯 반기며 웃고 있다. 산 여기저기에는 이름 모를 꽃나무들이 봄꽃을 자랑이나 하듯 피어나기 시작한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것을 오늘 새삼 느껴 본다.

산티아고 순례길이여 영원하라….

(아버지/40년 동안 교직의 길을 걷다가 정년퇴임하고, 대립토론 교육을 전파하는 70대 교육자)

(아들/호주 유학을 다녀와서 직장을 접고, 아버지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30대 젊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