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笑山박보영 이야기/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아버지/아들의 마음나누기(25)

53일 화요일 제 22일째

<묵주기도 고통의 신비: 청원>

<기상>오전 5시 5분

<출발>오전 6시 47분

<도착>오후 2시 30분

<걸린시간> 5시간 47분

<출발-------도착>

astorga-------- fonce badon : 25.6 km

<날씨>

7도의 기온과 쾌청한 날씨, 그렇지만 그늘은 쌀쌀하다. 낮에는 더울 정도의 날씨로 오르막에서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이 흘러내린다.

 

<숙소> Alb Monte Irago

<순례길의 풍광>

숙소에서 나와서 도심을 벗어나자 계속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이다.

도로가에 만들어진 순례길이어서 요란한 차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다.

차도를 벗어나는 길은 산 속으로 이어지는 길이어서 운치가 있는 길이다.

오늘 목적지가 1,300여 미터의 높은 지대로 계속 오른다. 산이 높아지면서 나무들은 키가 작고 고산 지대에 사는 식물의 분포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fonce badon에 이르기 전 4-5 km 전에 산 속으로 이어지는 곳에는 야생 동물들이 나오지 못하게 구멍이 큰 그물망을 설치해 놓았다. 그 길이는 약 1km 정도였다. 그물망에는 순례자들이 걸어 놓은 나무 십자가는 설치 예술이다.

순례자들의 생각과 고뇌와 어려움을 달래기 위해 아니 주님께 의지 한다는 생각들이 그대로 녹아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 나무 십자가에는 무슨 사연들이 있을까

나는 이를 보며 걸으면서 예수님의 고통은 생각하게 된다. 순례길에서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돌길로 된 산길을 걷고 있을 때 앞에서 열심히 혼자 걷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브엔까미노! 반갑게 맞아 준다.

대화를 하였다. 37세에 캐나다 아가씨다. 캐나다 이야기, 한국의 이야기 어려운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 이유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순례길에서 캐나다에서 온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밝은 표정의 캐나다인들, 여유로운 모습들이다. 그렇지만 그들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유는 우리와 비슷하다. 가족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는 길은 가벼웠다. 아마도 5월13 일 끝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은 우리와 같다. 아마도 자주 만날 지도 모른다는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화이팅을 빌며 헤어졌다.

오르고 올라 fonce badon 언덕 위의 마을에 도착하여 내려다보니 풍광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시원스럽고 아름다운 풍관이다. 장관이다

 

<오늘의 묵상> 십자가

한국에서 순례길 걷기를 준비하면서 순례길에서 매일매일의 묵상 주제 목록을 만들어 왔다. 물론 그대로 되지 않을지언정 며칠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만들어 가지고 왔다.

바로 오늘이다.

오늘은 묵주기도로 고통의 신비를 바치는데 고통의 신비 4단을 기도하는 중간에 갑자기 십자가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렇다! 오늘 묵상 주제로 ‘십자가’로 하자. 묵상 주제를 십자가로 정했다

오늘 출발하면서 프란체스코 아씨씨 건물을 지나자 바로 길가에 아침 일찍인데도 문을 열어 놓고 기도하도록 한 분의 봉사자가 안내하는 작은 성당이 있었다. 얼마나 반가운지 …

기도하고자 하는 순례자들을 기다리는 듯 했다. 입구에는 여러 나라 말로 써 져 있는데 한글로도 “신앙은 건강의 샘”이라고 쓰여 져 있었다. 정말 이국땅에서 한국 순례자를 위한 안내문이 있으니 기쁘고 힘이 저절로 생겨남을 느꼈다. 성체조배를 하고 걷는 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길가에 십자가 설치물을 만났다. 이어지는 십자가 설치물들.

오늘 묵상 주제를 십자기로 정한 날이라서 그런지 십자가 설치물들을 여러 개 만날 수 있었다. 의미 있는 날이 아닐 수 없다. 숙소까지 오는데 무려 9곳에서 십자가 설치물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의 순례길은 다른 날의 길과는 사뭇 달랐다.

더욱 특이한 것은 산속의 길을 걷는데 야생 동물로부터 순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길가에 숲 쪽으로 구멍이 큰 그물망을 설치하여 놓았다. 그 길이가 어림잡아 1.5km 정도는 될 듯 싶다.

그물망에 순례자들이 십자가를 무지 무지하게 많이 빈틈없이 걸어 놓았다.

장식물이라기에는 고뇌와 고통 등 순례자들이 담아서 걸어 놓은 십자가에서 순례자들의 사연들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을 약속하기도 하고, 내 삶에서 견디기 힘든 고통을 덜어 달라는 기도라든지, 순례자들의 안전을 기도 한다든지, 크고 작은 무수한 사연들이 여기 걸려있는 십자가에 담겨져 있을 것이다. 나도 작은 소망(말할 수 없지만)을 기도하였다.

오늘 묵상 주제로 십자가를 정해서 그런지 이런 길을 걷는 내가 이렇게 많은 십자가를 만날 수 있음은 신비로운 일이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에게는 신비의 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8가지 생각”의 저자 크리스토퍼제이미슨은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8가지 생각을 다음과 같이 지목하였다.

즉 육체에 관한 것으로 3가지 탐식, 음욕, 그리고 탐욕이다

마음과 정신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으로 3가지 분노, 슬픔 그리고 아케다(무심함)이다

영혼에 관한 것으로 2가지 허영심과 교만이다.

여덟 가지 생각은 언제든 우리의 안녕을 방해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생각들은 우리를 균형에서 벗어나게 하며 행복으로 가는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내몬다. 이들을 우리 안에서 출현하지만 때로는 우리 자신보다 커 보여서 마치 바깥에서 우리를 공격해 오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서 사막의 교부, 교모들도 이를 악마라고 불렀다고 한다.

나는 이 8가지를 만나는 십자가 설치물에 하나씩 하나씩 걸어 놓았다.

그렇게 십자가 설치물을 만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걸어 놓고 걸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8가지를 다 걸어 놓을 수 있었다. 숙소까지 오는데 십자가 설치물이 8개였던 것이다. 그런데 숙소가 있는 산중턱 마을 fonce badon에 도착하여 보니 마을 꼭대기에 대형 십자가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가?

마지막 9번째 십자가 설치물인셈이다.

이 십자가에는 내가 알아내지 못한 나의 인생의 무거운 짐을 마지막으로 걸어 놓기로 했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가.

도저히 상상 할 수 없는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내가 지고 가는 배낭의 무게, 내가 지고 가는 십자가라고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십자가, 사회에 대한 십자가, 나 자신에 대한 십자가

주님은 나를 따르는 사람은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다. 그리고 무거운 십자가를 진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오라고 하셨다. 십자가를 가볍게 해 주신다고 하셨다. 탐식, 탐욕, 음욕, 분노, 슬픔, 아케다, 허영심, 교만을 다 걸어 놓은 오늘 하루는 정말로 주님의 현존하심을 체험하는 날이 되었다.

‘주님 저를 통해서 주님의 존재를 표현하여 주십시오.’라고 늘 기도 한 것이 이루어지는 하루라고 좀 건방진 생각을 하게 된다. 주님께 감사하고 있다.

이제 세상에 돌아가면 내려놓는 삶을 살고자 한다. 신비한 체험의 날이다. 기쁘고 신비롭다. 주님께서 나를 보호해 주심을 느끼게 하는 하루였다.

십자가는 인생이 만드는 최종의 탑이라고 한다. 삶의 방향을 주님께로 향하여 십자가 탑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련다.

 

<오늘의 주제> 길

길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길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길에서 나의 인생의 새 모습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솔길, 넓은 길, 좁은길, 자갈길, 돌길, 모랫길, 흙길, 아스팔트 길

사람이 다니는 길, 짐승이 다니는 길, 기차가 다니는 길, 수많은 길이 있다.

인생길에도 또한 그 삶의 방법에 따라 길의 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순탄한길, 험난한 길, 고속도로같이 잘 나가는 길, 굴곡이 있는 길, 고난의 길 등등 수도 없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길들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개 된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 하는가에 따라서 그 결과는 각양각색이다. 길은 신앙생활을 하는가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냐에 따라, 낙관적이냐 비관적이냐, 적극적이냐 소극적이냐에 따라서 길을 가는 인생의 방향은 다양 해 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보람 있고 뜻 있게 살아가는 길을 우리는 택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데 여러 사안이 발생 하게 된다.

불화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순례길에서 생각해보니 길은 그야말로 참 삶을 위하는 인생의 길을 찾고 되돌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을 걸으면서 느끼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이러한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렇기에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다짐하고 깨달음을 실생활로 돌아가서 순례길에서 마음 다짐한 대로 살고자 하지만 그렇지 못하여 다시 찾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먹고 자고 걷고 생각하고 다시 찾고 다짐하는 이 단순한 삶이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경험하는 삶이다.

실생활에 가서도 그렇게 하려는 것인데 혼탁하고 복잡한 사회생활에서 그렇게 되지 않는 것에 한 숨 짓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길 중에 우리가 꼭 한 번 걸어 보아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뭇 사람들은 말하기를 사람들은 두 부류가 있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 본 사람과 걸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이런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닌가

 

<아버지/ 아들의 마음 나누기>

오늘 아침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고 바르셀로나로 가기 위해 비행기을 예약을 하였다. 아들이 하는 말인 즉 한국에 있는 여행사(우리가 거래하는 여행사)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너무 하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순례길 완주 후 집사람과 아들 그리고 나 세 사람이 스페인, 이태리, 파리를 여행하기 위해서 이미 그 여행사에 맡겼던 터라 바르셀로나행 비행기 티켓 예약을 부탁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은 그것도 부탁이기에 하지 말자는 것이다. 누구에게 “부탁”하는 말을 제일 싫어하는 아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순례길에서 아들을 알게 된 또 다른 한 가지 사실이 되었다.

남에게 댓가 없이 부탁하는 것은 싫어 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익히 전에도 느끼고 있었지만 절대로 남의 험담은 하지 않는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이 제 삼자에 대해 험담을 할 때 그 말하는 사람은 다른 곳에 가서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해당하는 사람이 없을 때에는 절대로 남의 험담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하고 살아도 살아야 할 시간이 모자라는 데 언제 남의 험담을 할 시간이 있느냐는 것이다.

참으로 “아들의 좋은 점”이다. 이러한 장점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아버지/40년 동안 교직의 길을 걷다가 정년퇴임하고, 대립토론 교육을 전파하는 70대 교육자)

(아들/호주 유학을 다녀와서 직장을 접고, 아버지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30대 젊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