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잘하는 법 존 미니 박사에게 듣는다
“논리·설득 경쟁…비판적 사고력 길러야”
“토론자들이 놓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겨야 할 대상이 상대방이 아니라, 토론을 지켜보는 재판관(심사위원)과 청중이라는 사실입니다.”.영어 토론의 달인 존 미니(John Meany·미국 클레어몬트 멕케너 대학) 교수는 “판사와 관중을 설득하는 것이 토론자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존 교수는 지난 7일 국제청소년토론대회(WSDC) 미국 대표팀과 한국 대표팀 간의 친선경기가 열린 한영외고에서 ‘토론의 가치’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를 만나 영어 토론능력을 높이는 법에 대해 물었다.
Q 우리나라 학생들의 토론능력의 장·단점을 지적해 달라.
“한국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본 경험이 적어 일반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서 영어 토론교사로 일하고 있는 내 아들의 의견과 조합해보면 한국 학생들이 논쟁은 잘하지만 강·약·장·단이 부족하다. 조목조목 맞서는 언쟁은 뛰어나지만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연설 모습은 찾기 어렵다.”
Q 유명인 중 앞서 지적한 능력을 갖춘 모델을 사례로 든다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들 수 있다. 오바마대통령의 연설은 청중을 그 속으로 빨아들인다. 청중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마음이 엿보인다. 청중이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연설자가 청중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Q 과거 미 대통령들의 연설이 오바마대통령에 비해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의미인가.
“연설자의 특성별로 그에 맞는 연설 환경이 다르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대중과 같은 큰 그룹에 효과적이고,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은 일대일과 같은 작은 그룹에 더 알맞다. 상대를 설득하는 것은 일대일 대화가 더 효과적이다. 개인적이고 더 신뢰성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한 수 위다. 큰 그룹을 상대로 연설함에도 청중은 오바마 대통령과 일 대 일로 대화를 나누는 듯 한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오바마 대통령처럼 큰 장소에서 토론(연설)을 해도 관중에게 일대일로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Q 토론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철칙은 .
“경쟁 상대와 토론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상대의 주장에 반론만 잘 세우면 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토론의 핵심은 상대편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재판관과 관중을 설득하는 것이다. 초보 토론자들은 흔히 화를 내거나 상대의 말에 꼬투리를 잡으며 상대편 주장에 몰입한다. 훌륭한 토론가는 상대편을 존재감 없는 대상으로 만든다.청중과 재판관이 전문가에게 설득당해 상대편 주장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Q 토론을 잘하기 위해 길러야 할 능력은.
“비판적 사고, 자신감 있는 대중연설의 힘, 볼륨감 있는 목소리다. 눈 접촉·제스처 등 비언어도 필요하다. 연설 구성도 짜임새 있게 만들어야 한다. 서론을 강하게 시작하고, 본론은 다양한 쟁점을 열거하며, 결론은 드라마처럼 끝나야 한다. 청중이 토론자의 말을 듣고 여운을 느끼게 해야 한다.”
Q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면.
“무조건 반대를 하는 연습을 해본다. 주장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설득적인 내용이라도 반대 입장을 세워본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도 상관없다. 반대 이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찾고 수정·보완하는 훈련을 하면,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립할 수 있고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토론을 반드시 찬·반 입장으로 나눠야 한다. 대립 상황을 조성해야 반대 입장에서 공격과 방어를 해보는 실제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팀워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일 것 같은데.
“그렇다. 팀원 개개인의 말하는 형식과 아이디어는 서로 다르지만 이를 조합해 팀의 전략으로 삼는 과정이 중요하다. 첫 토론자는 토론 환경을 만들고, 둘째 토론자는 토론을 요약·평가하는 역할로 나눈다. 즉 전자는 공개하고 후자는 조직하는 것이다. 팀원은 서로의 연설 태도가 재판관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평가해주며 보완토록 한다.”
Q 토론 능력을 높이려면 어떤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가.
“조약·협정·약정 등에 쓰인 최초 원본(primary document)을 읽는 것이다. 처음부터 원본을 가공한 뉴스나 해설서 등을 읽으면 생각의 틀이 좁아진다. 분량이 많겠지만 원본을 읽어야 스스로 가치판단을 세우는 능력이 생긴다. 미국대표팀은 이런 원본들을 수십 박스 갖고 다니며 토론대회를 준비한다. 이후 이를 비평한 신문·잡지를 읽으면 정책 분석방법과 전문가 견해를 배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이가 어린 초보 토론자는 원본 독해능력이 부족하므로 순서를 뒤집어 뉴스부터 읽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읽고 자기 생각을 세워보는 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Q 당신이 토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와 의견을 세우는 능력이 훌륭한 토론자의 자질이다. 그렇게 만드는 훈련법 중 하나는 토론에 자주 참여하는 것이다. 체스경기처럼 상대방의 수를 예측해 내가 둘 다음 수를 고민하는 법을 체득해야 한다. 또 하나는 평소 시사이슈를 챙겨보는 것이다. 즉흥 토론대회는 1시간 전에 토론자들에게 주제를 알려준다. 이를 준비하려면 최소한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없으면 주장을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토론자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2009.11.16 자 중앙일보 내용이다
박정식·정현진 기자
◆ 존 미니(John Meany) 박사= 미국 클레어몬트 멕케너 대학 교수이자, 국제청소년토론대회(WSDC=World Schools Debating Championships)의 미국 대표팀 코치로 활동 중이다. 토론대회인 MSPDP(Middle School Public Debate Program)와 HSPDP(High School Public Debate Program)를 만들어 토론교육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토론에 대해 쓴 베스트셀러 『On That Point』와 『Art, Argument, and Advocacy』는 우리나라 외고생들 사이에서 필독교재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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