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笑山박보영 이야기/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아버지/아들의 마음나누기(7)

415일 금요일 제4일차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청원>

<기상>오전 411

<출발>오전 7

<도착>오후25

<걸린시간>7시간 5분 걸렸다

<출발-----도착>

Pamplona Puenta de la Reina 26.3Km

<숙소>Jakue

쾌적하고 침대마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커튼을 설치하여 놓았다.

숙소가 깨끗하고 시설이 좋은 편이다

숙소 12 유로와 세탁 3유로

<날씨>

어제 저녁에는 비가 왔다. 오늘은 구름 끼고 온화하다

<오늘의 주제> 출산하는 날

딸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

이곳 시각 밤 1140(한국 시각 오전 640)

잠에서 깨어 딸 수지를 위한 기도를 바친다.

(한국에서 출산을 앞둔 딸 수지)

오전 650분에

출산을 위해 입원 하는 날이다.

순산을 기원한다.

산모의 건강을 위해 기도한다.

건강하고 총명하고 예쁜 아기의 탄생을 기원한다.

괜찮아 잘 될 거야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에...”

<순례길에서 특이사항>

점심먹고 낮잠 3시간 7시 취침 4 시까지

몸 상태는 좋은 편이지만 머리는 지끈지끈 포도주 때문인가 보다

< 순례길의 풍광>

도시 길을 가다가 넓은 평원이 닥친다. 유채밭과 밀밭 사이로 걷는다. 오르막길은 온통 진흙 범벅이다

진흙은 무엇을 간절히 그렇게도 원하는지 신발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힘들게 오르막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말 그대로 장관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모든 피로를 말끔히 씻어 내린다.

밀밭- 대평원- 유채밭은 아름다움의 극치다. 그리고 노랗게 피어있는 유채밭은 아름다운 카펫을 펼쳐 놓은 듯하다.

그리고 산 위에 세워져 있는 풍력 발전소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모습은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70 평생 이렇게 많은 풍력발전소의 바람개비를 본 적은 없다.

환희의 노래를 부르며 내리막길을 걷는다.

환희의 노래를 부르며 이어지는 30분 걸리는 길은 온통 자갈 길이다.

발과 발목 무릎 허벅지에 통증을 느낀다.

동네를 가로질러 들판에 오솔길을 지나 Puenta de la Reina에 이른다.

< 오늘의 묵상 > 가족 그리고 새 생명 탄생

새벽 5시 경 환희의 신비 묵주기도를 끝나자마자

아윤이 동생 나에게는 외손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정말로 환희를 맛보는 순간이다. 가족은 중요하다. 가족을 위해 매일 기도를 바치면서 가족의 평화를 기원한다. 가족을 위해 여지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가족에게 너무 집착하여 살아 왔음을 시인한다.

무엇보다도 우선이 가족이었다.

나의 그런 행동이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았다. 후회하지도 자만하지도 공치사 하지도 않는다. 다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자 한다.

<아버지/ 아들의 마음 나누기>

걷고 또 걷는다. 아들과 함께 걸으면서

괜찮아요? 힘들지 않으세요? 불편한데는 없어요? 어떠세요?라고 중간 중간에 말을 건네 온다. 왠지 마음이 풀어지고 고통스럽고 짜증스럽고 기진맥진에 있다가도 풀어지는 느낌이다. 아들과 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배려하며 생각하며 걷는다.

나는 들어 주고자 한다.’

성당에서 대자 대녀들이 매일매일 우리를 위해서 기도 한다고 한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아들은 우리 개인의 순례길인데 우리를 위해서 왜 기도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힘이 되어 고통을 참아 낼 수 있었다. 여하튼 우리 일이 아닌가? 저녁에 맥주 한잔 하면서 부담 갖지 말고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알베르게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리라고 하니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부담 느끼신다면 서운하지요하고 말한다. ‘나는 들어주고자 한다. 쉴 참이나 걷는 과정에서 아들이 스스로 말을 꺼낸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성당 옆으로 지나면서 아들은 이런 말을 한다. 부모님은 제가 AYD(아시아 청년대회) 다녀와서...

다녀온 후 성서 공부에 나가거나 봉사활동 하는 것을 보시고 성당 생활에 업그레이드 되어 더 큰 기대를 하시는 것 같아요.

큰 기대 아니고 신앙 생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흐뭇하다라고 답했다.

들어주고자 한다. 그리고 강요나 나의 말에 따라 주기를 원한다거나 그렇게 하도록 부탁의 형태로 아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지금껏 내가 먼저 말해서 그렇게 해 줄 것을 요구하며 살아 왔는지 어떤 일을 말하면 늘 거부부터 먼저 하는 면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잘못에서 기인 된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이 순례길에서

이 이후 아들에게 믿고 기다리고 들어주는 관계로 살아가고자 한다. 가급적 나의 말을 줄이고 들어주고자한다. 물론 인내가 따르는 문제이다.

<오늘의 주제 > 순례길

순례길에 나 혼자 있다면 외롭고 고통이 배가 될 것이다

언어가 안 통해도

어디에서 왔거나

외모나 피부에 상관없이 고통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는 걷고 또 걷는다.

힘들 때 서로 웃어주고

부엔 까미노!”를 외쳐주니

순례길은 풍요롭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

오늘 출발할 때

중국에서 온 아가씨가 현관문을 나서는 우리에게

뒤에서 손을 불끈 쥐고 화이팅!”을 외쳐주어

오늘은 힘이 나는 순례길이 되었다.

그래서 순례의길 사람들은

힘을 받고

걷고 또 걷는 것이다.

순례길은 아름답다

경관이 아름답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름답다.

발이 아프면 서로 도와준다.

음식이 부족하면 서로 나누어진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이 길을 걷기를 희망하는 것이 아닌가?

<순례길의 풍경>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호주에서 온 두 장년들

산 중턱에서 두 장년을 만났다. 온통 진흙투성이라서 걷고 타고를 반복하며 산을 오른다.

우리는 걸어서 오르는데도 힘드는 데 자전거로

그것도 바퀴에 진흙이 엉겨 붙어 굴러가기조차 하지 않는 자전거를 끌고 타고를 반복하는 그 투지에 나는 감동했다.

지난해 생장에서 팜플로니아까지 걸었기에 올해는 팜플로니아에서 출발해서 자전거로 달린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부부를 만났다. 꾸준히 혼자 걷는 중국에서 온 아줌마. 이모두 순례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모두다 조개들의 습성과 같이 한곳으로 모여든다. 바로 그곳은 산티아고.

박병주 요한신부님, 광명에서 온 젊은이 제갈 근 (40)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만남의 순간은 늘 어색하지만 반갑고 공통의 대화로 이어진다.

 

(아버지/40년 동안 교직의 길을 걷다가 정년퇴임하고, 대립토론 교육을 전파하는 70대 교육자)

(아들/호주 유학을 다녀와서 직장을 접고, 아버지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30대 젊은이)

진흙투성이의 자전거타고가는 호주 사나이
장관을 이룬 유채꽃 사이로
든든한 아들의 모습
발과 신발에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