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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공부하는 토론게임 (대립토론) /토론의 달인 세상을 이끈다

돌아가신 김낙준회장님을 생각하며(4)

고 김낙준 회장님을 생각하며

네 번째 글://와인 잔을 채워주시며...

와인 잔을 채워주시던 그 때가 그립습니다

지난해 624일이었습니다

푸르넷 토론스쿨 학년별 교과별 담당자들이 집필한 게임형 대립토론교재 초안을 검토한 결과를 놓고 긴급회의를 하기 위해 금성출판사를 찾았습니다.

3시간의 마라톤회의를 마치고 방미향이사, 우지영이사와 함께 인사차 김회장님 방을 방문하였습니다.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게임형 대립토론교재 출판제작 방향을 협의 한 내용을 말씀드리니 회장님께서는 매우 기뻐하시며 애쓰시는 데 오늘은 와인 한잔 합시다하시며 와인을 준비하라고 비서를 부르셨습니다.

저는 의아했습니다. 회장님 방에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니...

물론 술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찌된 일인지 얼떨떨했습니다.

저는 처음 경험하는 일입니다.

기업체 회장님과 회장님 사무실에서 와인을 마시게 되는 기회는 없었습니다.

매우 가깝게 회장님 곁에 다가갈 수 있고,

제가 하는 게임형 대립토론을 금성출판사에서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키게 만들어 주시는구나 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와인 잔을 채워 주시며

고맙습니다.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서 도움 주시니 제가 너무 좋습니다. 한 잔 하시지요.”라고 하시는 말씀에 무척 기뻤습니다.

그리고

올해 춘추가 어떻게 되시나요?”

대선배님이신데 춘추라니요

말씀 낮추세요. 올해 7*입니다.”

아이고! 한참이시네요. 저는 그 나이에 정말로 바쁘게 열심히 일했어요.

우리 이제부터 밤 12, 1시에도 자유롭게 전화하는 사이가 됩시다.“

이렇게 주고받은 이야기 가운데 저에게 진심으로 해주신 그 말씀들이 반갑게 다가 왔습니다.

저는 그 날 그 시간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게임형 대립토론을 29년 동안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국에 전파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또 다른 경우의 하나였습니다.

그리고는 내손을 잡으시고 전시관으로 안내하셨습니다.

무슨 전시관일까?’

그간 55년 동안 출판업에 매달리셨으니 출판한 책도 오즉 많을까? 그 책들을 전시해 놓으셨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걸어가다 잠시 걸음을 멈췄습니다.

왠 도자기 전시관!

그간 출판업을 하면서 또 다른 일을 했다네. 한국 미술 사랑, 도자기 사랑으로 모은 청자 원앙 연적, 오족용 백자용충, 진사 금강산 필세 등 세상에 아직 얼굴을 내지 않은 수백 점의 명품들을 보여드리지요.”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 방면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저절로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작품들의 사진과 진품들에 대하여 회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보고 있으니 저절로 빠져 들어가며 수장하시느라 고생하신 회장님께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한 평생 온 힘을 다 기울여 모았지만 이제는 내가 더 가지고 있을 수 없지요. 만인에게 공개하여 감상하고 공부하도록 해야지요.”

금성출판사 창업 55주년 기념 김낙준 명품 도자선집도 출판하고 세상에 아직 얼굴을 내지 않은 수백 점의 명품들도 이제는 한 곳에 모아 공개하지요.” 하신 말씀이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도예가들은 작품을 만들어 한 작품만 남기고 전부 깨버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이 지구상에는 그 도예가의 작품으로 한 작품만 남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작품의 진가를 높이기도 한다고 하시면서 그런 작품도 여러 작품 소장하시고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 예술가들이 자기 작품의 희귀성을 높이는 활동에 대해서도 처음들어봅니다. 예술가들의 특이한 예술적 지혜를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늦게 서야 안 사실이지만 김낙준 회장님은 이 시대의 한 위대한 출판인이시며 문화유산 지킴이로 살아오셨습니다. 출판 경영의 달인이 문화재를 불러들이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백두대간이 동해에 등뼈를 세우듯 청자와 백자를 모으면서 생각이나 사물을 보는 혜안도 전문가 못지않게 가지고 계셨습니다. 일찍이 한국 미술의 우수성과 불가사의를 훼손되고 유실되고 유출되기 전에 한데 모아 지키고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함을 깨달으셨던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간송(澗松)이 나서서 이 땅의 문화유산을 지켜냈고, 광복과 전쟁 후에는 호암(湖巖)이 흩어진 고미술품을 한데 모았다면 김낙준 회장님이 청자, 백자 등 고미술품을 수장하면서부터 철학과 사물을 보는 눈도 한층 높아 지셨다고 합니다.

우리 문화재에 열정을 쏟은 덕분에 도자기를 비롯한 분청사기는 물론, 고미술과 근대 미술까지 총망라하여 국보급의 소장가가 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곳에서 보고 들은 귀한 작품들을 김낙준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여 봅니다.

김 회장님의 한국 예술작품을 수집하시느라 쏟으신 노고와 한국 미술사랑, 도자기 사랑은 이제 찬란한 빛기둥으로 영원히 뻗어갈 것입니다.

헤어지시면서 이제 우리 토론문화 정착을 위해 함께 노력하시지요.” 라고 하신 말씀이 귀에 쟁쟁합니다.

김 회장님!

오늘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회장님과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비록 와인 잔을 채우는 아름다움보다도 진심으로 해 주시는 말씀 속에서 게임형 대립토론으로 점철해온 지난 29년간의 보람을 느끼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하신 말씀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라는 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김 회장님은 그렇게 사셨습니다.

오랫동안 모시지 않으셨지만 또 잘 알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저에게는...

주님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