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笑山박보영 이야기/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아버지/아들의 마음나누기(4)

412(화요일) 1일차: 순례길 1단계

<묵주기도 빛의 신비: 청원 >

<기상>오전 5

첫날이라 그런지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출발>

649분 숙소를 출발 한다. 어두운 새벽이나 마음은 밝다.

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

그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가슴 벅찬 설레움.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만 가득하다.

<도착>숙소도착 오후 159

<걸린시간>7시간20

<출발------도착>

Saint-Jean-Pied-de-Port Roncesvalles (22,383m): 22,383m (31976 걸음)

<숙소> Collegiale에서 첫날 세탁 3.5유로

<날씨>

매우 쌀쌀하다. 새벽공기가 추울 정도다 하지만 맑은 날씨는 장도에 오르는 우리를 축복해 주는 듯하다

 

<순례길의 풍광>

상쾌한 아침이다 5시 일어나 샤워를 하고 어떻게 들어 빛의 신비 삼종기도 후 일을 차분히 예측해본다 피레네 산맥을 넘을 수 없단다. 악천후로 통제한다고 한다. 아쉽지만 주님의 뜻인데 어쩌란 말인가 6시에 출발 준비를 한다.

나를 위해 다른 길로 가라는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못내 아쉽다.

도전 정신의 발동이라고나 할까?

첫날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하는구나.

또 다른 목적을 찾아본다.

시작하는 날이다.

떠난다.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 한다고 하였지만 마음으로만 준비 했는지 모르겠다.

떠난다고 하지만 미지의 세계로...

왜 산티아고 길일까? 가기 위해서, 걷기 위해서, 고민하고 묵상하기 위해서 순례길에 오르지만 고민한다고! 무엇을 위해 고민하는가? 묵상한다고! 무엇을 묵상하는가? 내 나이 70 고민한다고 해결되고, 고민한다고 무엇을 얻을까? 얻고 해결하니 무엇이 어떻게 될까? 묵상한다고 무엇을 얻을까? 과연 무엇이 어떻게 변할까?

내 나이 70

변하면 무엇이 어떻게 될까? 그렇지만 걷고 묵상하고 고민하겠다. 성인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오직 자비의 얼굴을 갖기를 기대하며, 주님이 나를 통해서 표연 되기를 기대하며...

아들과 함께 하는 순례길

나를 찾고 나와 아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깊이 생각하고

함께 나누고

같이 걸으며 동반자로서 산티아고를 향해 서쪽으로 서쪽으로 걷는다.

 

<오늘의 주제 1> 왜 산티아고를 걷는가?

일기는 잔뜩 흐리고 비올 태세. 그러나 어제까지 어떤지는 몰라도 오늘은 멈췄다.

태원이의 안내는 완벽했다. 처음 시작해서 갈림길이 몇 곳 나왔는데 잘 안내하였다. 날씨 걱정을 했는데 좋았다. 다만 바람 그리고 추위는 대단했다. 나폴레옹 코스는 폐쇄되었다.

발카를로스 루트로 가게 되었다. 힘든 코스이기는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다시 하라고 하면 못갈 것 같다. 성 로마 제국의 샤를마뉴 대제가 스페인으로 진군 할 때와 후퇴 할 때 발카를로스 계곡을 이용했다고 한다.

지도로는 아예 만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나폴레옹코스와 닿기 전 6km 와 발카를로스 계곡의 쉼터 표시 정도는 찾아 수며 걸었다.

대체로 두개의 도로가 나란히 나 있는데 다른 고개를 향하는 시골 길을 따라 가게 된다.

그러나 표지판을 입력하지 않은 산길이 많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늦어지기 십상이다. 6km 이어지는 길은 도로에서 벗어나 곧바로 소나무와 너도 밤나무 숲으로 싸인 길을 걷는다. 이번에는 다 고개로 직행하게 되는데 아주 가파른 오르막이 사실이지만 꼬불꼬불 돌아가는 주도로 가게 되어 훨씬 빠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기후 때문에 발 카를로스 코스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매우 힘든 코스인 것만은 분명하다. 정말로 걱정을 안고 걸었다. 그러나 출발을 서둘러 649분에 했다. 어둠을 뚫고 출발했다. 빠르게 걷기도 했지만 앞서가는 사람도 없이 걸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해도 되는가 할 정도로 걷고 있었다. 속도도 빠르게 26km7시간에 걸었다.

나폴레옹 코스가 아니지만 피레네 산맥을 넘는 코스는 무척 힘들었다. 만일 나폴레옹 코스로 넘었다만 어떻게 했을까? 그래도 그 코스를 못간 것을 나는 끝내 아쉽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번갈아서 이어지는 오늘의 코스다. 오르막만 나오면 아들과 나는 안색이 아니 오만상 찌프러진다. 빼박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앞으로 갈 수도 없고 되돌아갈 수도 없다는 뜻이다. 허기질 대로 허기지고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산 중턱에서 초코렛과 물로 피로를 몰아내 본다. 그리고 또 앞으로 걸을 수 밖에 없다. 내 생각은 정상까지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올라 온 듯하다. 죽을힘을 다해 올라 왔다. 정상에는 사람이 날아갈 정도로 모진 강풍. 시간은 오후 140분이다. 정말로 매서운 추위가 엄습해왔다. 하늘이 돌고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몸이 완전다운 상태로 되었다. 옷은 땀으로 온통 젖어 있고, 차가운 강풍을 설상가상으로 우리를 매섭게 공격한다. 첫날부터 매몰차게 우리를 저항한다. 점심도 못 먹고 오직 올라오기에 급급했다. 전투식량을 준비했지만 먹을 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정상에 올라오니 물이 없었다. 물이 없어서 전투식량을 먹을 수가 없었다. 정상에는 순례자의 길을 걷다가 세상을 달리한 분들을 기리기 위한 돌아가신 분들의 무덤이 있었다. 그 옆에 성당 건물이 있었다. 문이 잠겨 있었지만 교회 건물을 중심으로 조금이라도 강풍을 피해 보자고 계단 밑에 쭈그리고 앉았다. 점심을 준비하려는데 가지고 간 물이 부족하여 전투식량을 데울 수가 없다. 물을 찾다가 산정상이지만 논도랑 같은 곳에서 물이 내려온다. 내려오는 물을 떠다가 전투식량의 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논에서 흐르는 물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깨끗해서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람도 순례자로 물 사정을 알리 없다. 다급하니 물어볼 수밖에...

평소 같으면 그 물로 점심을 해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있겠는가?

굶어서 쓰러지는 것보다는 먹고 배고픔을 잊은 다음에 물을 잘 못 먹고 탈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겠다 싶어 그물이지만 사용하기로 했다.

그 물로 전투식량을 끓이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염려스러운 것은 탈이 나지 말아야 할 텐데...

오직 무탈하기만을 기도하며...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다. 추위를 못 견뎌 덜덜 떨면서 부자간에 먹는 그 맛 평소 같으면 먹지도 않던 음식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고생을 사서 하는 순례자의 길...

첫날부터 우리 부자에게 닥친 고통의 순간들이다. 그러나 이겨내야 한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들고 다운 직전까지 간 오늘 순례자의 길에서 닥치는 일에 짜증 없이 아버지를 배려하며 해내는 아들 태원이의 모습을 보면서 찬사를 보낸다.

첫날이다. 생장에서 론세 스바예스까지25.3km 7시간 걸렸다.

아침 649분 출발해서 오후 159분에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하였다.

7시에 저녁을 먹고 8시에 미사에 참여했다. 순례자를 위한 축복 미사였다. 피레네 산맥을 넘는 길은 고통의 길이었다. 배고픔, 허기짐, 기진맥진 모두들 죽었다 살았다고 하는 길이다. 나폴레옹 코스는 눈 비 악천후로 폐쇄되고 발 카롤루스 도로로 걸었다. 대체로 일기는 따뜻하고 신선했다. 그러나 몰아치는 바람, 사람 날아갈 듯 한 정상의 세찬바람, 추위, 허기짐, 그야말로 기절 직전이었다. 전투식량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이게 웬 일인가? 기운 차리고 나니 내리막 길이다. 바로 30분 거리에 오늘의 도착점 론세스바예스 보였다. 태원이와 나는 탄성을 질렀다. 다 왔다. 이제 살았구나! 얼마나 힘들었으면 탄성을 지를까! 피레네 산맥 정상에는 순례길을 걷다가 돌아가신 분 들의 무덤이 있고 추모하기위해서 추모비가 있었다. 이들을 위해 미사가 거행되는 성당 건물도 있다. 그러나 염려하는 마음이 솟아난다. 내 몸은 괜찮을까!

나는 나 스스로에게 떠나올 때 약속한 것을 되내고 있다.

다시 한 번 10가지를 회상해 본다.

1. 들어주는 관계로 노력한다.

2. 절대로 화를 내지 안마의자 동행자 입장에서 다.

3. 강요하지 않는다.

4. 나를 고집하지 않는다.

5. 평일미사는 3일 정도 그러나 한정 하지 말자.

6. 서로간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7. 예상과는 아들이라고 공동경비로 한다.

8. 코스관리도 아들이 한다.

9. 기록은 내가 한다.

10. 사진은 아들이 남긴다.

코스관리, 예산 관리, 숙소 찾기, 숙소에서 세탁, 식사 준비, 통역 등 알아서 척척 잘도 해결 하는 아들이 고맙다.

 

<오늘의 주제2> 인생+

길이 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넓은 길 좁은 길 오솔길 울퉁불퉁한 길

그 길을 걷는다.

우리는 걷기 위해서 길 위에 있다.

내리막길이 있어도 기뻐하지 못 하는구나

내리막에는 고통의 오르막길이 이어지기에.

걷다 보면 끝이 온다.

환희를, 탄성을 내 뿜는다.

! 다 왔다.

이 모든 것이 순례길

바로 인생의 길

길이 있어 걷는다.

오늘도 내일도...

 

<아버지/ 아들의 마음 나누기 >

늘 아들의 일을 노심초사 걱정하고 있었다. 이제 아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알아서 일을 잘 처리 하고 있다.

외국에 나와 순례자의 길을 함께 걸으면서 아들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인정하게 된다. 영어에 자신을 가지고 있으니 일처리가 잘 되고 행동이 적극적이다.

아들에게 믿음이 가는 하루였다.

어제 411일 런던에서 온 부부 그리고 서울에서 온 가족(엄마 아빠 아들) 사이판에서 온 부부를 만났고, 오늘 412일 아르헨티나에서 온 68세 워크와 동료들과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걸었다. 일본 도쿄에서 온 사람들을 포함해서 25명 정도의 사람들을 만났다. 깊이는 알 수 없지만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며 걸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막걸리 삼겹살을 좋아한다는 일본인 히야시. 막걸리와 삼겹살을 먹기 위해 서울을 20여 차례 왔었다고 한다. 혼자 걷는 한국인 아줌마, 나이 들면 올 수 없다면서 무릎이 참기 힘들고 아프지만 지금 걷고 있다고 한다.

산티아고 왜 왔는가?

세계 여러 인종이 피부, 언어,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걷는다.

여행을 함께 한다. 이야기를 함께 한다. 숙식을 함께 한다.

그래서 삶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의 삶의 방식을 재정비 한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사는가?

과연 고통을 사서 해야 하는가?

그것이 내 삶에 얼마간의 도움이 되는가?

나를 위해 타인을 위해 가족을 위해 내 삶을 위해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을까?

지인들은 응원한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왜 그런 고통을 사서 하려고 하는가? 사치인가?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오늘 이것을 화두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 그렇지만 사치도 아니요, 여유도 아니다. 그리고 내 삶이 영원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70+1, 새 삶을 살고,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그 결과로 조금을 살다 가면 어떤가? 그리고 더욱 바라는 것은 주님의 뜻이 나에게 함께 하시어 나를 통해서 주님이 표현될 수 있도록 간절히 바라면서 걷는다. 특히 아들과 함께 하는 순례길에서 아들을 재발견하고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맺고자 걷는 것이다. 아들을 이해하고, 아들의 고민을 알아주고, 아들의 능력을 인정하여 더욱 활동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자 함께 걷는다. 오늘 저녁 도 비가 온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자고 서로 얘기를 나눈다. 내일 일은 내일 처리하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오늘은 즐거웠다. 고생스런 하루였지만...

 

<오늘의 묵상 > 사람들

만나는 사람들

피부색이 다르면 어떤가?

언어가 다르면 어떤가?

순례길에서 만나는 사람, 사람, 사람들

나는 그들이 있어 순례길이 풍요롭고

고통이 덜해진다.

순례길은 고통의 길

평화의 길이다.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 내가 있는 것이다.

그들이 있어 나는 외롭지 않다.

나는 존재감을 느낀다.

 

또 사람들

순례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들은 내가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이들은 나의 삶을 활기차게 한다.

함께 걷는 순례길의 사람들

내 삶은 이들이 있어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나를 알게 해주는 순례길의 사람들

평안을 기원한다.

 

(아버지/40년 동안 교육자의 길을 걷다가 정년퇴임하고, 대립토론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는 70대)

(아들/호주 유학을 다녀와서 직장을 접고, 아버지와 함께 순례길을 걷고자 나선 30대 젊은이)

굳게 마음 다지며 출발한다
피레네산맥 정상에서